정몽규 회장,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 실패' 사과는 언제 할까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사과는 언제 할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최근 국가대표팀(A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로 다시 팬들의 비판대에 오른 상태다.
그는 부임 4달 뒤부터 미국에서의 재택 근무와 잦은 외유, 전술 부재 등으로 욕을 먹던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행동에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다가 그가 올 2월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충격적인 0-2 참패를 당한 뒤 경질의 칼을 빼들었다. 이 과정에서 영국 대중지 '더선'이 손흥민과 이강인의 무력 충돌을 보도해 한국 축구가 톡톡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더선은 하루에 수천만명의 전세계 독자들이 번역기를 통해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은 떠났고 지난 2월부터 대한축구협회는 일찌감치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새로 구성, 5개월 가까이 새 감독 선임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월과 6월에 황선홍, 김도훈 임시감독이 각각 다녀갔다.
정식 감독 후보만 100여명에 달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단 한 명을 뽑지 못해 축구계 안팎에서 대한축구협회의 무능 행정을 또다시 질타하고 있다. 온갖 반대에도 선임을 강행했던 정해성 전력강화위 위원장이 지난달 말 전격 사퇴하는 파열음까지 들렸다.
어쨌든 이제는 대표팀 감독 선임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조만간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당연한 얘기다.
이런 와중에 정 회장이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발언을 처음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실 인식이 세계적인 축구 흐름을 실시간으로 따라가고 있는 국내 축구팬들, 언론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 회장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세계적인 명문으로 올려놓은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예로 들며 "누구를 뽑더라도 여론이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누가 하든지 반대하는 쪽이 55%일 확률이 높다"며 "50%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이) 되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대표팀 감독은) 한 팀(원 팀)을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전술적인 부분은 자기들(코칭스태프)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표팀 선임 과정에 대해 축구계 안팎이 의구심을 갖는 것은 대한축구협회가 좋은 감독을 선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이상이라는 것을 정 회장은 알아야 한다.
우선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잘못 뽑은 댓가로 지불해야 하는 엄청난 위약금이 핸디캡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들이 없다. 이 역시 정 회장의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답정너(대표팀 감독 이미 정해졌다)' 시선을 일축하고 제대로 된 과정과 진정성 담아 사령탑을 데려올 수 있겠느냐는 의혹까지 대한축구협회가 받고 있다.
전력강화위가 제대로 된 권한 갖고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혹도 놓을 수 없는데 이는 정 위원장 사퇴로 어느 정도 입증됐다.
아울러 5개월째 감독을 뽑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실정인데 정 회장은 마치 누가 와도 국민 혹은 축구팬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핑계를 대면서 사실상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거스 히딩크까지 가지 않더라도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왔을 때만 해도 그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의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다는 점으로 상당수 축구팬들이 환영했다.
가깝게는 파울루 벤투 감독도 한국 부임 직전 중국 프로축구단에서 실패했고, 언론이 이를 매섭게 지적했지만 팬들 만큼은 벤투 선임을 대체로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정 회장이 아직 하지 않은 일이 있다.
바로 지난 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처음으로 하계올림픽 남자축구 본선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직접 사과하는 것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1988 서울 올림픽(개최국 자동 출전)부터 지난 2020 도쿄 올림픽까지 9회 연속 하계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을 이뤘고 이를 세계 최초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3주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선 한국 축구를 볼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지난 4월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에서 동남아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로 패해 탈락했기 때문이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도 큰 사건이고,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0위권대의 인도네시아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패한 것은 더 큰 충격이다.
탈락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3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 임시감독으로 당시 U-23 아시안컵을 한 달 남겨둔 황선홍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뽑았기 때문이다.
큰 전투 목전에 두고 전력을 기울여야 할 장수를 다른 전투로 빼돌려 힘을 쓰게 만든 셈이다. 언론이 이를 누차 지적했는데도 대한축구협회는 듣지 않고 있다가 본 전투에서 참패했다.
올림픽 본선행 실패는 한국 축구에 있어 월드컵 본선행 실패 버금 가는 일이다. 올림픽 한국 선수단으로 범위를 넓혀도 치욕스러운 일이고, 중계권사 흥행에도 치명타다. 국민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볼 게 없다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수장인 정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직접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탈락 직후 대한축구협회 차원의 사과문 하나로 갈음하고 슬쩍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국가대표팀 월드컵 예선, 대표팀 감독 선임 등으로 화제 전환을 재빨리 하려고 했다면 그 생각은 큰 오산이다. 정 회장이 이미 바닥까지 내려간 축구팬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얻고 싶다면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에 대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그에 대한 엄청난 외면의 배경이 바로 무책임에 있기 때문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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