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7%가 딴 운전면허...109년 전 조선총독부가 첫 도입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3443만명.'
지난해 기준으로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우리 국민의 숫자입니다. 1종 대형·특수·보통 면허는 물론 2종 보통·소형과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까지 모두 합한 건데요. 비율로 따지면 우리 국민(5171만명, 2023년 기준)의 67%에 해당합니다. 국민 10명 중 거의 7명꼴로 운전면허를 딴 셈입니다.
한때 서울시내 운전면허시험장에 응시자가 너무 많이 몰린 탓에 조금이라도 일찍 시험이 가능한 다른 지역의 시험장을 찾아 나서는 사례가 많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시험이 어려워진다고 알려지면 그 전에 서둘러 면허를 따려는 사람들로 운전면허학원과 시험장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사연이 적지 않은 자동차 운전면허의 역사는 무려 100년이 넘습니다. 정확히는 109년 전으로 일제강점기이던 191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당시 조선총독부가 ‘자동차 취체규칙'을 제정하면서 지금의 운전면허와 같은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겁니다. 참고로 '취체'는 규칙, 법령, 명령 등을 지키도록 통제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규칙에서는 운전하려는 자는 본적·주소·성명·생년월일 및 이력서를 구비해 거주지 관할 경무부장에게 신고하고, 신청이 있는 때는 기술시험을 시험에 합격한 자에게 '자동차운전허가증'을 교부토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기술시험은 현행 기능시험에 해당합니다.
경찰청이 2003년 말에 발간한
「도로교통 관련법령의 변천사」
(이하 변천사)에 따르면 이 같은 자동차취체규칙이 제정된 건 자동차 보유 대수가 증가함에 따라 자동차 검사에 관한 사항, 면허시험과 취업, 통행의 금지와 제한 등 교통안전과 질서에 대한 규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현행 도로교통법령과 자동차관리법령 및 운수사업법령의 근거가 되는 법령이라는 평가입니다.
1922년에는 운전면허시험이 기술시험과 필기시험으로 세분됐는데요. 필기시험에서는 기계구조와 연료에 관한 일반개념, 자동차단속 관계법령에 대한 문제가 출제됐다고 합니다. 도로운전 시험은 가설(장내기능)시험과 현장(도로)시험으로 구분했으며, 가설시험은 8자 형의 원형과 굴절노선에서 3회 이내 방향전환 등을 해야 했습니다.
도로시험은 평탄한 도로에서의 고속과 저속운전, 경사로와 교량처럼 운전 시 주의를 필요로 하는 도로 위 운전 등을 평가했는데요. 이렇게 보면 요즘 시험과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1934년에는 운전면허가 보통·특수·소형 면허로 나뉘었고, 무면허 운전 금지 규정도 마련됐습니다. 또 18세 미만이거나 맹인 등은 운전면허를 딸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에 한정하지 않고 사람을 목적지까지 태워다 주는 운송업 측면에서 보면 관련 자격증이 처음 등장한 건 1908년 8월에 발표된 '인력거영업단속규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변천사에 따르면 당시 인력거는 자전거 바퀴와 유사한 큰 바퀴 위에 사람이 타는 자리를 만들고 포장을 둘러씌운 형태로 제작됐습니다. 1896년께 일본인 다카야마 코스케 등이 서양 마차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나라에는 고종 31년인 1894년 하나야마라는 일본인이 인력거 10대를 수입해 영업했으며, 인력거꾼도 처음엔 모두 일본인이었다가 점차 한국인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당시엔 승객이 대부분 일본인이거나 일본인 기생, 한국인 유지 등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같은 인력거 숫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급기야 인력거영업단속규칙이 제정된 건데요. 여기선 인력거꾼의 자격 기준을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신체 건강한 남자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는 신체 건강하고,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전염성 질환이 없는 18세 이상 남자로 좀 더 구체화하게 됩니다.
인력거꾼은 본적·주소·성명 및 생년월일을 구비해 경찰서장에게 신청하고, 직접 경찰에 출두해서 감찰(취업허가증)을 받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됐습니다. 참고로 광복 뒤에도 이어지던 인력거꾼 자격과 운행 등과 관련한 법령은 1961년 5월에야 폐지됩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자동차 운전면허제도가 구체화한 건 1961년 말에 도로교통법이 제정되면서라는 평가인데요.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은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됐습니다. 또 1972년엔 교통안전교육 제도 도입과 국제운전면허증 교부절차 마련 등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경찰청 산하 기관으로 운전면허시험과 관련 제도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급된 국제운전면허증을 사용할 수 있는 국가는 무려 104개국이나 된다고 하네요. 1995년부터는 종전에 운전면허시험장에서만 딸 수 있었던 운전면허를 운전 전문학원에서도 취득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1997년에는 한때 폐지됐던 도로주행시험이 부활됩니다. 2년 전에는 실물 면허증 대신 스마트폰에 운전면허증을 저장해서 사용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제도도 도입됐는데요. 이렇게 보면 100여년 사이에 운전면허를 둘러싸고 참으로 많은 변화와 사연이 있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인 운전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면허 반납이나 제한 같은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고령 운전자의 인지기능과 반사능력이 떨어지면서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건데요. 하지만 같은 고령자여도 신체와 인지능력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제한보다는 정교한 검사와 평가를 통해 유연한 대응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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