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농구 올림픽 출정식에 찬물 끼얹은 '젊은 안준호팀'...과감한 세대교체 통했다

피주영 2024. 7.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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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을 시도하는 한국의 에이스 이정현(왼쪽 둘째). 사진 일본농구협회

한국 남자 농구가 파리올림픽에 나서는 일본에 1점 차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백전노장 안준호(68)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5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컵(한일전 2연전) 1차전에서 일본을 85-84로 물리쳤다. 한국은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랭킹 50위로 일본(26위)보다 24계단 아래다. 일본은 파리올림픽 본선에 출전하지만, 한국은 탈락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은 일본에 크게 뒤진다. 더구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24세의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반면 일본은 이달 말 개막하는 파리올림픽 본선에 나가는 최정예 멤버로 맞섰다. 이번 대회는 사실상 일본의 올림픽 출정식을 겸하기 때문이다. 일본 국가대표로 현역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인 하치무라 루이(LA 레이커스)와 와타나베 유타(멤피스)가 이날 벤치를 지켰지만, 도가시 유키, 히에지마 마코토 등 주전 선수들과 귀화 선수인 조시 호킨슨이 출전했다.

침체기에 빠진 한국 농구를 바꾼 안준호(왼쪽) 감독. 뉴스1

이번 승리는 안 감독의 지도력과 용병술이 빛났다. 그는 지난 1월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13년 만에 현장 지도자로 복귀했다. 우려가 컸다. 현재 남자 농구는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2진급을 내보낸 중국·일본에 밀려 역대 최악인 7위에 그쳤다. 올해는 파리올림픽 출전권도 따내지 못했다.

안 감독은 "나이가 적지 않지만 '젊은 농구'를 한다고 자부한다. 요즘 트렌드가 빠른 농구인데 공수 전환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고 선언하고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선수 보는 눈’이 탁월하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안 감독은 우선 20대 초중반의 '젊은 피'를 대거 발탁해 핵심 역할을 맡겼다.

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전과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안 감독의 대표팀 데뷔전이자 아시안컵 예선 A조 첫 경기였던 호주 원정에서 접전 끝에 71-85로 아쉽게 지는 선전을 펼쳤다. 호주는 세계 5위로 아시아 최강팀이다. 완패가 예상됐지만, 한국은 오히려 2쿼터 종료 3분여 전까지 33-20, 13점 차로 앞섰다. 2차전에서 태국(91위)을 96-62로 완파했다. 한국은 예선 첫 승, 안 감독은 대표팀 감독 데뷔 승을 챙겼다. 안준호호는 하나로 똘똘 뭉쳤다. 기존 베테랑 선수들이 빠져도 경쟁력이 생겼다.

빠른 농구를 팀 컬러로 내세운 안준호호. 뉴스1

이날도 가드 이정현(25·소노)은 3점슛 6개를 포함해 27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결승점의 주인공인 센터 하윤기(25·KT)는 15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둘 다 안 감독이 발굴해 중용한 세대교체의 주역이다. 일본은 올림픽을 대비해 지난달 호주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르는 등 꾸준히 연습하며 실전 감각을 유지한 데 비해 한국은 2023~24시즌이 끝난 뒤 휴식기를 보내다가 지난달 29일에야 소집돼 짧은 훈련을 했다.

안준호 감독은 전화 인터뷰에서 "서동철 코치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뛰어준 덕분에 이겼다"면서 "2차전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의 2차전은 7일 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시작한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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