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샀더니..."외부인이 왜 와" 빌라 월 주차권 판매 갈등
서울 은평구에서 출퇴근할 때 타려고 차를 구입한 신모(26)씨는 지난해 10월 주차장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집 근처 빌라 거주민이 파는 ‘월 주차권’을 10만원에 샀다. 그가 사는 빌라는 가구당 차량 한 대만 주차할 수 있어 기존에 가족이 타던 차만 세워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씨가 월 주차권을 산 빌라 주차장은 차를 약 10대 댈 수 있는 곳이었다. 어느 날 신씨는 이중 주차된 차를 발견하고 차주에게 연락해 “차를 빼 달라”고 했다. 전화를 받고 내려온 차 주인은 “당신 외부인 아니냐”며 “당신한테 주차권 판 사람을 데려오라”고 화를 냈다. 신씨는 “손품 팔아 내 돈 주고 산 주차 자리인데, 왜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국 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공동 주택에서 월 주차권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거주민이 인터넷 커뮤니티나 앱에서 월 주차권을 판매하면서다. 입주민들은 외부인 차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고, 주차권을 구입한 이들은 돈을 주고 산 권리를 요구하면서 부딪친다.
인터넷과 앱에선 ‘사당역 3번 출구 월 주차 자리 팝니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빌라 월 주차 자리 구합니다’ 등 주차권 거래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수요가 늘면서 빈 주차장을 공유·중개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강남‧마포구 등 회사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강남·홍대처럼 주차난이 심한 지역은 평일 월 주차권 가격이 40~50만원에 육박한다.
마포구 상암동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 최모(29)씨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회사 앞 오피스텔 월 주차권을 15만원에 구매했다. 사옥 주차장은 1년이 넘도록 ‘예약 대기’ 상태인 데다 주차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최씨가 찾은 월 주차권은 해당 오피스텔 입주민이 주차장 입주자 명부에 본인 대신 최씨의 차량을 등록해주는 방식으로 거래됐다.
월 주차권 판매자 입장에선 자신에게 필요 없는 주차 공간을 팔아 이득을 보고, 구매자는 저렴하게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입주민 등은 “이곳에 살지도 않는 외부인이 우리 공간을 차지한다”며 불만을 쏟아낸다. 주차장 공유 앱 관계자는 “거주민 민원이 많이 접수된다”며 “판매자가 주민들과 직접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판매를 중단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다.
문제는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 등 주차장은 공용공간에 속해 입주민 개인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주민 동의 없이 개인이 공동 주택의 주차권을 거래하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공동주택엔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단이 정한 ‘관리 규약’이 있다. 세부 내용은 주택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따른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 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85조를 통해 ‘공동주택의 주차장을 임대하고자 할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결정하고, 결정 내용에 대해 전체 입주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명관호 변호사는 “(이런 준칙이) 강제 조항은 아니지만, 개인이 법에서 정한 절차 없이 임의로 주차권을 판매했다가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주차권 문제로 관리사무소·입주자대표회의와 계속해서 갈등을 빚으면 형사상 업무방해 혐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임률 법률사무소 김규엽 변호사는 “요즘 아파트는 본인 명의 소유 자동차와 신분증까지 확인해서 주차 등록을 하기도 한다”며 “그렇지 않은 공동주택의 경우 민사상으로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아미·박종서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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