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확 번질 수 있다" 뼈 부서지는 열병에 파리올림픽 비상

박형수 2024. 7.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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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막하는 2024 파리 여름 올림픽이 자칫 뎅기열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바이러스 질환인 뎅기열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으며, 중증으로 발현될 경우 치사율이 20%에 달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모기와의 전쟁에 나선 파리 당국은 '모기와의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선수와 방문객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프랑스 공중보건청(SPF)에 따르면 올해 1~4월 프랑스 전역에서 뎅기열 발병 건수가 21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1건) 대비 16배가 넘었다. 역대 최다 발병률로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여름 올림픽(7월24일~8월11일)과 패럴림픽(8월28일~9월8일) 기간 전 세계에서 1600만 명 이상이 파리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림픽이 뎅기열 확산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1일(현지시간) 파리 여행객들이 2024 파리 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를 위해 전시된 올림픽 링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까지 뎅기열 속출


프랑스 본토의 뎅기열 발병 사례는 2004년 처음 보고됐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PC)에 따르면, 프랑스 본토에서 발견되는 뎅기열은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안틸레스(과들루프·마르티니크), 남아프리카의 프랑스령 기아나를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현재 프랑스 96개 주(州) 중 78개 주에 퍼졌다.

특히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도 뎅기열을 매개하는 열대숲모기의 서식지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열대숲모기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사실상 박멸하는 게 불가능한데, 현재 프랑스 북부까지 완전히 적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뎅기열은 모기 물림 후 3~14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열·발진·두통·근육통·관절통·식욕부진 등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된다. 1차 감염 때는 무증상인 경우도 있으나, 2차 감염 때는 체내 출혈, 혈압 저하, 장기 손상 등으로 고열과 오한·구토 등 극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심한 고열과 통증 때문에 ‘뼈가 부서지는 열병(break-bone fever)’으로도 불린다.

차준홍 기자


호주의 비영리매체인 더컨버세이션은 열대숲모기가 자리잡은 프랑스에 진행될 파리 올림픽이 뎅기열의 슈퍼 전파자(Super-Spreader)가 될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지적했다. 또한 올림픽 동안 파리를 방문하는 선수·자원봉사자·관광객 중 일부는 이미 뎅기열이 퍼져 있는 국가 출신으로, 1차 감염 후 무증상인 상태로 입국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래서 파리에 서식하는 열대숲모기가 이들이 보유한 바이러스를 다른 나라 방문객에 전파하게 되고, 1차 감염된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해당 국가의 뎅기열 전파자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뎅기열은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치명적이다. 곤충학자이자 모기 매개 질병 전문가인 디디에르 폰테닐은 “올림픽이 개최되는 도시, 특히 선수 숙소와 경기장이 위치한 올림픽 빌리지는 완전한 모기 박멸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고 올림픽 전문매체 인사이드더게임스에 강조했다.

암컷 열대숲모기가 인간으로부터 피를 빨아들이는 모습. AP=연합뉴스

보건 당국 '모기 없는 행사' 총력


프랑스 보건 당국은 이번 올림픽을 ‘모기 없는 행사’로 만들겠다며 모든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한 상태다. 올림픽 동안 요트 경기가 열리는 마르세유 마리나를 포함해 도시 곳곳에 수천 개의 모기 트랩을 설치했다.

또 가정집이나 호텔·학교를 일일이 방문해 물이 고이는 웅덩이를 매몰하고, 화분 밑받침에 고인 물까지 없애라고 독려하고 있다. 열대숲모기의 알은 병뚜껑에 고인 약간의 물에도 살아남아 부화되기 때문이다. 열대숲모기을 발견하면 신고하는 웹사이트도 구축했다.

당국은 파리 방문객 스스로가 모기 물림에 예방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대비하라고도 당부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피부를 가리는 헐렁한 옷을 입고, 수시로 모기 기피제를 뿌리는 한편 숙소엔 모기장을 설치해 모기에 물리지 말라고 안내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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