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하려 여전히 틈 살핀다…'역주행 사고' 시청역, 대체 왜
5일 오후 2시 서울 시청역 인근 도로에선 진행방향이 서로 뒤엉킨 차들이 경적을 울렸다. 지난 1일 차모(68)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도로를 역주행한 뒤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한 사고 발생 지점 근처다. 인근에 사망자 추모 장소가 마련되고 경찰차가 배치됐지만 작은 도로 쪽에선 그 다음 블록으로 역주행해 나가려고 틈을 살피는 일부 운전자도 있었다.
차씨의 차가 달린 도로는 평소에도 역주행이 자주 있었던 곳이라고 주변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도로 앞에서 16년째 라면 가게를 운영해온 김모(30대)씨는 “가게 카운터에서 도로 쪽을 늘 바라보고 있는데, 일주일에 최소 1번은 역주행하는 차를 본다”며 “알고 그랬을 것 같진 않은데, 당황해서 유턴하거나 후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말했다.
인근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25)씨는 “오늘 점심시간에도 역주행하는 차를 봤다”며 “특히 호텔 이용객들이 이 골목 옆에 불법 주차하려고 들어섰다가, 도로를 빙 둘러가는 시간을 아끼려고 역주행해서 나가는 걸 자주 봤다”고 말했다. 인근으로 매일 차를 타고 출근한다는 직장인 최모(59)씨도 “일방통행 도로가 4차선이라 헷갈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안쪽 빌딩에서 사고 난 도로 쪽으로 우회전하는 방식으로 역주행하는 차들도 많은데, 아예 진입로를 하나로 통제해서 일방통행을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4차선 일방통행로다.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차량 합류점을 보던 시민 유모(69)씨는 “TV 뉴스를 보고 사건 현장이 궁금해 와봤는데 언덕길에서 내려오면서 바로 우회전할 생각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맞은편이 4차선 도로니까 양방향 도로라 생각하고 합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이준 박사는 “서울 시내엔 일방통행로가 별로 없다”며 “사고가 난 호텔에서 들어서는 진입로에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바닥에 분홍·초록선으로 안내 표시를 명확히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역주행은 큰 인명피해를 낼 위험이 있지만 현행법상 ‘신호위반 및 지시위반’에 포함돼 5~8만원의 과태료와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고는 총 1297건으로, 역주행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총 247명이었다. 이 중 70명이 사망하고 613명이 중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역주행 단속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준 박사는 “현행 체계엔 역주행을 단속하는 시스템이 거의 전무하다”며 “치명적인 사고를 낼 수 있는 서울 도심 도로의 경우 일방통행로에 역주행을 감시하는 자동 시스템(단속 카메라)을 설치하는 방안이나 주요 지점에 알림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이수범 교수는 “밤에도 잘 보일 수 있게 전광판을 설치한다든가, 입구에서부터도 누구나 알 수 있게 표시할 필요가 있다”며 “일방통행로는 차가 적은 시간대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서울 도심의 경우 사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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