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땀·눈물로 헌신하는 교사 덕분에 희망이…

박효진 2024. 7. 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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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대 양육 최전선에 선 분들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지난달 21일 청주 상당교회 샬롬홈에서 열린 청년집회 '갓플렉스(God Flex)'에서 청년들에게 자신의 삶과 신앙을 고백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청주=신석현 포토그래퍼


국민일보와 국민일보크리스천리더스포럼이 청년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집회 ‘갓플렉스(God Flex)’의 의미는 ‘하나님 믿는 것을 자랑하자’라는 뜻이다. 지난 4월 부산 수영로교회를 시작으로 지난달에는 청주상당교회에서 열렸다. 한국사 ‘일타강사’로 알려진 전한길씨가 주강사로 나서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20대에 강의 능력을 인정받아 스타강사의 길을 걷게 되지만 이후 도전한 사업이 연달아 실패하며 25억 빚더미의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삶의 끝자락에서 하나님을 붙들고 재기에 성공한 그의 스토리는 소망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큰 도전과 용기를 줬다.

전씨는 강연이 끝나자 청년들을 만나 함께 셀카를 찍으며 짧은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강의를 듣고 공무원에 합격했다는 제자를 만나면 함께 기뻐해 주고, 낙방한 청년에게는 구수한 사투리로 “니 그거 아나, 이 우주에서 네가 제일 소중하다”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격려를 듣고 돌아서는 청년들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지난 청주 갓플렉스 강연이 마무리된 뒤 한 중년 남성이 전 강사를 찾아왔다. 청주 시내 한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섬기고 있다고 밝힌 그는 함께 데려온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제자를 소개했다.

장애가 있지만 얼마 전 신앙고백이 담긴 책을 낸 제자를 자랑하며 “아이가 전 강사님을 만나 격려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함께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과 행동에서 제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제자를 대하는 두 선생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문득 그리운 교회 선생님 얼굴이 떠올랐다. 집으로 돌아와 오래된 편지 보관함을 열었다.

나는 모태신앙(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얻은 신앙)임에도 불구하고 늘 핑계나 대며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못해’ 신앙인으로 살았다. 고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던 터라 부모님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교회 가는 일이 귀찮았던 시절이었다.

기자가 고등학교 다닐 때 출석교회의 주일학교 교사가 기숙사로 보내준 손편지와 큐티 낱장본.


선생님은 매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곤 했지만 나중에는 이조차 피했다. 그런 나를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기숙사로 편지를 보내왔다. ‘불러도 찾아도 볼 수 없는 사랑하는, 보고 싶은 효진아’라고 시작하는 편지에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성경공부, 큐티 복사본 낱장도 동봉돼 있었다. 얕은 마음으로 가끔 그 복사본 자료를 꺼내보며 큐티를 했지만 그때 묵상한 말씀들은 때론 나를 붙잡아 주는 힘이 되곤 했다.

결국 세상에서 부딪히고 깨어지면서 하나님 없이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됐지만, 그때 방황하는 나를 지켜준 교회 선생님의 관심과 격려는 내 인생의 귀한 선물이자 신앙의 버팀목이 아니었나 싶다.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내가 사모가 된 것을 안다면 엄청나게 웃으셨을 것이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한국교회는 여름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여름은 성경학교, 수련회를 통해 우리 자녀들의 신앙이 영글어가는 뜨거운 계절이기도 하다.

곧 있을 여름성경학교를 기다리는 내 자녀를 보며 그 너머에 땀과 눈물을 드려 헌신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본다. 매주 함께 모여 기도하고 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를 교회 성경학교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쓰며 준비하는 교사들의 노력은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열정적이다.

한국교회 다음세대 위기를 말하는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독교 세계관은커녕 복음의 씨앗조차 자라날 틈도 없는 아이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바르게 세우기 위해 오늘도 헌신하는 교사들을 보며 나는 희망을 본다.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믿음으로 살아가며 떠올릴 수 있는 신앙의 추억과 기쁨이 다음세대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선물로 여겨지는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회의 모든 도전과 땀 흘려 준비하는 사역 위에 하나님의 풍성한 기쁨과 인도하심을 기도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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