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을’ 대변하던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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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을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을지로위원회'다.
더불어민주당 기구인데 2013년 남양유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에 강매와 폭언을 한 '남양 갑질 사태' 때 처음 설치됐다.
우 의장이 여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을지로위원장 시절 약자한테 걸핏하면 '법대로'를 외치던 숱한 갑들과 당차게 싸우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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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을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을지로위원회’다. 더불어민주당 기구인데 2013년 남양유업 본사 직원이 대리점에 강매와 폭언을 한 ‘남양 갑질 사태’ 때 처음 설치됐다. 그 초대 위원장이 우 의장이었다. 을지로위원회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법 하도급,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상가 세입자 불이익, 입찰제 불공정 등을 바로잡아 왔다. 갑(甲)을 견제하고, 을(乙)을 보호하는 역할이었다.
우 의장 하면 또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떠오른다. 그가 활동했던 민주당 내 김근태(GT)계 모임이다. 민평련은 당내 정책 갈등이나 계파 싸움이 생기면 거중 조정의 중재자 역할을 했고, 열세인 쪽에 힘을 실어줘 주류 세력을 견제하기도 했다.
그랬던 우 의장이 요즘 수난을 겪고 있다. 그는 4일 본회의장에서 거대 야당이 밀어붙인 ‘채 상병 특검법안’에 반대하는 소수 여당 의원 수십명에 둘러싸여 1시간 정도 거센 항의를 받았다. 우 의장이 여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토론 시간을 충분히 줬고 국회법상 의장의 의사진행 권한에 따른 결정임을 내세웠지만, 왠지 그런 설명을 하는 우 의장 모습이 왜소해 보였다. 특히 을지로위원장 시절 약자한테 걸핏하면 ‘법대로’를 외치던 숱한 갑들과 당차게 싸우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우 의장은 지난달 야당의 일방적 국회 원(院) 구성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당에 의해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이후에도 여당한테 국회 운영 문제로 끊임 없이 항의를 받아 왔다. 급기야 그제엔 의장석이 에워싸이는 수모를 당했고, 5일 예정된 국회 개원식에 여당이 불참하겠다고 하자 개원식을 연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을의 대변자’이던 우 의장이 국회의 을인 소수 여당한테 계속 원망만 사는 현실이 퍽 낯설어 보인다. 이런 풍경은 우 의장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빨리 옛 정신을 되살려 갑을 견제하고, 국회의 균형자이자 갈등 조정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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