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성공적인 교회 건축을 위한 제언
최근 국민일보 주최로 교회건축 세미나가 열렸다. 설계, 시공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다음 시대를 위해 교회건축의 방향을 제시했다. 성도가 크게 늘지 않는 시대, 다음 세대가 중요해진 시대,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교회는 어떻게 건축해야 하는지를 다뤘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공간의 다목적화’다. 하나의 공간을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안락한 개별 의자, 가변 칸막이 설치 등을 설계 때부터 반영해 소예배실을 소극장으로, 식당을 세미나실로 변용할 수 있었다. 예배당이 금세 체육관으로 변신하는 사례도 소개됐다. 바닥과 벽면을 기계로 움직여 강대상과 회중석, 성가대석이 예배당 바닥과 벽면 속으로 사라졌다.
카페 등 지역민을 초대하는 공간을 넘어 공간 자체를 지역에 내어주는 곳도 있었다. 교회 땅의 중간을 도로로 만들어 주민들이 건물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을 없앴다. 건물 1층 실내를 도로처럼 사용하도록 개방한 예도 있었다.
새로운 건축 재료도 관심을 끌었다. 내구성을 극대화한 고밀도 목재, 철골 없이도 건물의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슈퍼콘크리트가 이미 개발돼 있다고 했다. 이런 재료를 활용하면 다양한 형태의 교회 건물이 가능하게 된다.
상상 속 미래의 교회 건축 모델도 제시됐다. 미래엔 교회 주차장이 필요 없었다. 자율주행이 거의 완벽해 교회에 도착하고 차를 집으로 보내면 된다. 주차장보다 차를 타고 내리는 공간이 더 필요했다. 이동수단 드론이 활성화되면 이동 시간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도심 교회보다 전원 교회가 더 뜰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건축을 준비하는 교회를 돕기 위해 해마다 건축 세미나를 진행해 왔다. 많은 교회가 세미나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정보를 얻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대부분 교회가 건축을 시작할 때 어떻게 하면 싸게 지을 수 있느냐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설계·시공 업체를 선정한다고 할 때 열의 아홉은 견적이 가장 싼 곳을 택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물론 싸게 잘 지으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듯 싸고 좋은 것은 별로 없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최저가 입찰 업체를 선정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엄청 낮은 가격을 제시해 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어떤 식으로든 이를 만회하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하기 때문이다. 악의적으로 시간을 끌면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이 늘기 때문에 교회는 업체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계약하기 전엔 교회가 갑이지만 계약하면 교회는 을이 된다.
처음 계약한 대로 비용을 지급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공사 기간이 1~2년으로 길어서 원자잿값 상승, 인건비 상승 등 변수가 많다. 법적으로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은 건축주인 교회도 상당 부분 감당해야 한다.
물론 다 아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저렴한 비용, 최저가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회가 충분한 재정 없이 건축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으면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뭐든 싸게 할 수 있다는 말에 끌려다니게 된다. 얼마 안 되는 비용을 줄이려 하다가 더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건축하는 내내 재정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거나 건축한 이후에도 대출을 갚느라 허덕이게 된다. 상환을 못 해 경매에 넘어가는 교회도 여럿 있었다.
따라서 건물 노후, 공간 부족 등 여러 이유로 교회 건축이 당장 필요하다 해도 무리해선 안 된다. 안정적 재정이 확보될 때까지 늦추거나 재정에 맞게 규모를 줄여야 한다. 교회만 잘 지으면 성도들이 몰려올 것처럼 이야기하던 때는 지났다. 이번 세미나에서 한 강사는 총 건축비의 80%를 확보하고 건축을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건축을 해야 한다면 먼저 하나님께 기도하자.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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