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일 같지 않은 ‘무능 정치’… 英 보수당 참패

2024. 7. 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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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압승했다.

마침내 브렉시트의 역효과가 현실화해 많은 영국인이 그 투표를 후회하게 되면서 보수당 정치는 붕괴하고 말았다.

무능한 정치의 불가피한 최후를 영국 보수당이 가감 없이 보여줬다.

지난 총선 참패에도 달라진 것 없는 여당이나, 입법 권력에 취해 폭주하는 야당이나, 언제든 영국 보수당 신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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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총선 참패 배경은
좌우 이념 아닌 실력 탓
韓 여야, 반면교사 삼길
영국의 제1야당인 노동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5일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부인 빅토리아와 기쁨의 키스를 나누고 있다. 영국은 14년 만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스타머 대표는 차기 총리가 된다. 스타머 대표는 총선 승리를 선언하며 “유권자들은 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영국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이 압승했다. 출구조사에서 하원 650석 중 410석 안팎을 차지하리라 예상됐고, 365석을 갖고 있던 보수당은 130여석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이는 보수당의 역사적인 참패를 뜻한다. 1834년 창당 이후 최악의 성적이 될 듯하다. 지난 14년간 영국을 이끌어온 정당이 굴욕적인 선거 결과로 정권을 내주게 됐다. 집권당 참패는 투표 전부터 예견돼 왔다. 절멸에 가까우리라 했는데 그대로 됐고,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은 너무 무능했다.

보수당 궤멸의 시발점은 2016년이라 봐야 할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는 난데없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꺼내 들었다. 유럽연합 잔류파였던 그는 잔류가 탈퇴보다 2% 포인트 높던 여론조사만 믿고 이참에 브렉시트 주장을 잠재우려 정치적 승부를 걸었다. 논쟁이 불붙으면서 그것은 도박이 됐고, 예상을 벗어난 탈퇴로 이어졌다. 정치의 헛발질에 나라의 운명이 바뀐 사태를 보수당은 제대로 수습하지도 못했다. 이후 8년간 4명의 총리를 수시로 바꿔 앉혔지만 온갖 스캔들을 일으키거나(보리스 존슨), 엉뚱한 정책을 꺼내 경제를 망가뜨리며(리즈 트러스)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마침내 브렉시트의 역효과가 현실화해 많은 영국인이 그 투표를 후회하게 되면서 보수당 정치는 붕괴하고 말았다.

2016년 이후 극심한 혼란기에 영국 국민은 잘못한 게 없었다. 평범하던 일상을 무모하고 파괴적인 정치가 뒤흔들었고 후폭풍을 수습할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영국 총선이 특별한 것은 최근 유럽의회 선거와 프랑스 총선에서 나타난 극단주의의 부상과 전혀 다른 현상이란 점에 있다. 좌우 이념은 선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보수당은 보수여서 망한 게 아니라 국가를 제대로 이끌지 못해 버림받았고, 노동당은 진보여서 선택된 게 아니라 거의 유일한 대안세력이기에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정치권에서 지고한 가치로 여기는 보수·진보 이념은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국민의 선택은 결국 무엇을 했느냐,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능력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것을, 대중적 인기가 낮은 키어 스타머의 노동당이 압승했다는 사실이 말해주고 있다. 이는 한국의 모든 정치세력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무능한 정치의 불가피한 최후를 영국 보수당이 가감 없이 보여줬다. 지난 총선 참패에도 달라진 것 없는 여당이나, 입법 권력에 취해 폭주하는 야당이나, 언제든 영국 보수당 신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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