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차남 조현문 "답 없으면 법대로"…'형제의 난' 불씨 안꺼졌다

최서윤 2024. 7. 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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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에 상속재산 출연…효성서 100% 자유 원해"
유언장 불신은 지속…유류분 청구 소송 가능성 시사
효성 "말 아닌 진정성 필요…화합 이룰 근본 방안 고민"

아버지·친형과 갈등을 빚어 효성 경영에서 떠난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효성 전 부사장이 "앞으로는 서로 다투지 말고 각자 길을 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10년간 이어온 형제간 불화가 당장 봉합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의 유언장에 대해 여전히 불신을 드러냈고, 효성그룹 측도 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출했다. 형제간 법정 다툼도 현재 진행형이다.

5일 조 전 부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친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하려 한다"며 "상속 재산을 한 푼도 제 소유로 하지 않고 공익재단 설립에 출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효성 경영권에 전혀 관심 없다"며 "제가 원하는 것은 효성으로부터의 100% 자유"라고 했다.

HS효성 출범 4일 만에 등장…공익재단 설립·계열분리 모두 형제들 협조있어야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 세미나룸에서 열린 유산 상속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서윤 기자]

그의 등장은 HS효성 출범 4일 만이었다. 효성그룹은 신설지주 HS효성을 만들어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효성, HS효성을 맡기로 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조현준 회장님과 조현상 부회장도 계열 분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제가 더는 효성그룹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이지 않고 삼형제가 독립경영하는 것 역시 선친의 유훈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이 언급한 공익재단(단빛재단) 설립과 계열 분리는 모두 형제들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상속세를 공익재단 설립에 출연할 때 공동상속인이 동의하고 협조하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으면 상속세를 낸 재원보다 그 규모가 커진다"며 "공익재단 설립에 다른 공동상속인들도 협조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상속인들은 조 명예회장 별세(지난 3월 29일) 6개월 후인 오는 9월 30일까지 상속세를 내야 한다. 납부해야 할 상속세 규모는 총 400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조 전 부사장 상속세는 1000억원가량으로 알려졌다. 효성가 형제들은 9월 말까지 재산 분할 등 상속에 따른 문제를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언급한 것처럼 '효성으로부터의 100% 자유'를 위해서는 효성그룹 내 비상장사 보유 지분 정리도 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계열 분리'를 하려면 보유 지분을 상장사 3% 미만, 비상장사는 10% 미만으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형제들을 향해 “계열 분리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비상장사 지분 매각 등 거래 자체가 게 쉽지 않으니 지분이 많은 사람에게 몰아주는 형태로 지분을 나눠 가지면 계열 분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조 전 부사장은 동륭실업 지분 80%, 효성토요타 20%, 효성 TNS 14.13%, 더클래스효성 3.48%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 회사 신동진과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지분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모두 비상장사다.

유언장 여전히 수용 못 해…"선친 빈소 조문 5분, 제 의사 아니었다"

'형제의 난'으로 가족과 의절한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 세미나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조 전 부사장은 가족에 대해 서운함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모친께 하실 말씀이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모친도 제가 시간이 되고 기회가 되면 찾아뵙고 인사드릴 것"이라며 "지난번 (선친) 장례식장 빈소에 갔을 때는 뵙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조문 5분 만에 나왔는데, 이는 제 의사가 아니었다"며 "제 의사에 반하게 나가라는 이야기가 있어 본의 아니게 나와야 했다"고 했다. 이어 "할 이야기는 참 많지만, (오늘 간담회는) 이런 것들을 제가 모두 품고 더는 형제와 갈등하지 않고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자리"라며 말을 줄였다.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을 두고는 "선친이 작성하셨다는 유언장에 대해 입수 경로,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조 전 부사장은 "유언 집행인에게 몇차례 질의해 답변받았으나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아직 유언 내용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효성 "다행스럽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하고…시간 필요"

지난 4월 2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서 열린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영결식에 효성 임직원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효성]

효성그룹 측은 조 전 부사장의 진정성을 살피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효성그룹은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유훈을 받들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기자간담회에서 명예회장님 장례가 끝난 지 벌써 3개월이나 지났는데 생존해 계신 어머니께 말 한마디 없이 시간 되고 기회 되면 찾아뵙는다고 얘기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들은 말로만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가족 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형제들은 법적 다툼 중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조 회장과 주요 경영진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고발하면서 '형제의 난'을 일으키고 가족과 완전히 인연을 끊었다. 조 회장은 2017년 "조 전 부사장이 본인 보유 비상장 주식을 고가에 매수해주지 않으면 위법 행위가 담긴 자료를 검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했다"며 맞고소했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은 강요미수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재판받고 있다. 조 회장 측에서 조 전 부사장 처벌을 원치 않아도 재판은 계속된다. 강요미수죄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형법상 처벌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조현준·현상 측 답변 없이 시간만 끌면 모든 법적 권리 포함 저의 길을 갈 수밖에"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 세미나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산 상속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조 전 부사장 측은 유언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이를 받아들일 시 추후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은 "유언 집행인 측에 공식적인 답변 시한을 정해 두 차례 질의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명확하게 답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끈다면 어쩔 수 없이 주어진 모든 법적 권리를 포함, 저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분 청구 소송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3월 별세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세 아들에게 화해를 당부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그는 조 전 부사장에게도 법정 상속인의 최소 상속분인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기로 했다. 조 전 부사장 몫은 효성티앤씨 지분 3.37%, 효성중공업 지분 1.50%, 효성화학 지분 1.26%이지만 아직 지분 상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지분 상속을 마쳤다.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은 표면적으로는 화해 제스처를 취했지만, 동시에 효성 측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냈다"며 "당장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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