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이 질병?…정의도 기준도 불명확" 해외 석학도 질병코드 반대

강나훔 2024. 7. 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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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 해외 석학들 참석
"게임이용장애 명확한 정의 안내려져"
"질병코드 도입 신중해야"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국내 도입 여부에 업계의 찬반이 분분한 가운데, 해외 석학들은 "명확한 정의도,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라며 질병코드 도입에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다.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게임산업협회 주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서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광범위하게 보면 이미 성인 절반 이상은 게임이든, 스마트폰이든, 소셜미디어든 기술에 중독돼 있다. 하지만 이를 중독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영국에서는 게임이 중독 물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쉬빌스키 교수는 "연구자이며 건강보건정책을 공부한 입장에서 보자면 영국에서 ICD-11를 도입하는데 20년이 걸릴 정도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이를 어떻게 연구할 것인지,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앞서 WHO는 2019년 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에서 게임이용장애에 정식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국내에선 현행법상 국내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그대로 반영하게 돼 있다. 내년에 적용될 9차 한국표준질병분류(KCD-9)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짓지 말라는 업계와 게임 중독 문제를 해결하려면 질병코드 등재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마띠 부오레 네덜란드 튈뷔르흐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도 질병코드 부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많다. 질병 코드 부여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며 "개인 입장에서 어떤 사람이 문제가 생겨 치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질병코드를 부여받게 되면 일상에서 게임을 하는 이들이 마치 장애가 있는 것처럼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굉장히 복잡한 문제이며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부오레 교수는 연구자들과 일반인의 정보 접근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WHO의 등재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가에 대해서 연구자들이 많은 정보를 얻지 못했다. 왜 이런 결정이 내렸는지 학계에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라며 "공개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게임이 이용장애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볼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는 "연구진이 4년 간 연구를 진행한 결과 게임이 우울증이나 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명확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게임이용장애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이용자가 처한 사회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이 선행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도 교수들과 비슷한 입장을 견지했다. 조 원장은 "총리실 주관 하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가 함께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이라면서 "원인과 결과가 뒤섞이면 제대로 된 진단을 할 수 없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 콘텐츠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게임 산업의 긍정적 가치가 확산하도록 다양한 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K-게임의 세계적인 위상에도 여전히 게임을 향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게임과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그릇된 편견에 따른 오해"라며 "게임의 긍정적 가치가 확산되도록 게임 리터러시 사업 등 다양한 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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