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재판 받는 의회 의장단, 대구 중구에서 벌어진 일

조정훈 2024. 7. 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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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부의장, 도시관광위원장에 비리의혹 구의원 선출... 시민단체 "후안무치, 사퇴하라"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대구 중구가 시끄럽다. 중구청 공무원의 '치킨집 갑질' 논란에 이어 중구의회에선 제9대 후반기 의장단에 비리 의혹이 있는 의원들이 선출됐다. 시민단체는 이들의 일괄 사퇴를 촉구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중구의회는 지난 4일 제9대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배태숙 의장이 4표를 얻어 선출됐고, 역시 4표를 얻은 김효린 구의원도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또 운영위원장은 지난 4월 총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서에서 당선된 임태훈 구의원이, 도시관광위원장은 권경숙 구의원이 선출됐다. 이들 4명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문제는 이들 4명 중 3명이 경찰 수사를 받거나 윤리특위위원회에서 징계 처분을 받는 등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이란 점이다.

4명 중 3명이 '문제적 인물', 면면 살펴보니
 
 왼쪽부터 대구 중구의회 배태숙 의장, 김효린 부의장, 권경란 도시관광위원장.
ⓒ 대구 중구의회 제공
 
배태숙 의원은 유령업체를 만들어 구청과 1800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은 혐의로 감사원 감사를 받은 뒤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상태다. 또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도 송치돼 조사 중이다.

김효린 의원은 가짜 상품을 판매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검찰에 송치돼 구설에 올랐고, 중구청 공모사업에 참여해 2800만 원을 보조금으로 지원받았으나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환수 처분을 받았다. 또 공무원들에게 갑질했다는 의혹을 받아 전반기에 출석정지 30일 징계처분을 두 차례 받았고, 국민의힘 대구시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6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권경숙 의원은 제8대 중구의회 임기 당시 자신과 자녀가 운영하는 업체 2곳을 통해 중구청과 17건의 수의계약을 맺어 1000여만 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나 제명되기도 했다. 권 의원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선고일까지 효력을 정지했지만 오는 11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역대 최악 기초의회 비판에도 무책임한 국민의힘"

4명 중 3명이 비리 의혹이 있는 의원이 의장단으로 선출되자 지역 시민단체와 야당에서는 이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경실련은 5일 성명을 통해 "소속 공무원들의 치킨집 갑질과 구청장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중구청이 전국적인 비난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구의회까지 욕받이를 자처하고 나섰다"며 "비리의 무게 순으로 선출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이어 "중구의회는 여러 의원의 비리, 의회 내부의 분쟁, 징계의 적절성과 형평성 논란 등으로 기초의회 무용론을 넘어 유해론까지 초래한 대구 역대 최악의 기초의회라는 평을 듣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경실련은 특히 "의장단 구성에서 주목하는 것은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중구의회 의원들이 아니라 이들을 공천한 정당, 특히 절대 다수 정당인 국민의힘의 태도"라며 "역대 최악의 기초의회라는 비판을 받은 후에도 무책임한 태도록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장단 선거 결과가 이른바 당심이 작용한 결과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각종 물의를 빚은 자당 소속 중구의회 의원들을 중징계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중구 의회.
ⓒ 연합뉴스
  
대구참여연대는 "중구의회 하반기 의장단 선출은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라며 "참으로 후안무치, 몰염치하다"고 맹비난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사익을 추구하고 범법 행위를 한 사람이 의회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윤리를 내던지고 주민을 농락한 중구의회는 존재할 가치도 없다. 중구 의원들 모두 일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도 논평을 통해 "의장에는 불법 수의계약과 주민등록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된 배태숙 의원이, 부의장에는 보조금 부정수급과 짝퉁 판매 이력이 있는 김효린 의원이, 역시 불법 수의계약을 맺은 권경숙 의원이 도시관광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온갖 불법적인 행위로 개인의 사익을 챙긴 의원들이 무슨 낯짝으로 의회 대표단이 되는가"라며 "중구 주민들의 자존감을 헌신짝처럼 버린 의장단은 스스로 사퇴해야 하며 이들에게 투표한 의원들도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구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6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1명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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