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찾는 尹, 김영삼 이어 29년만 인태사령부 방문도
윤석열 대통령이 8일~11일 미국 하와이와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United States Indo-Pacific Command)를 방문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인태 사령부 방문은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9년 만이며, 나토 정상회의는 3년 연속 참석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5일 오후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윤 대통령의 순방 계획을 발표하며 “나토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나토 동맹국과 AP4 파트너(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간의 협력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대통령실이 북·러 정상회의에 맞서 언급했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한 모든 것은 러시아가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8일~9일 인태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한다. 8일 오후 한국전쟁 참전 용사가 안장된 미 태평양국립묘지에서 헌화하고 하와이 동포 만찬 간담회에 참석한다. 9일 오전에는 인태 사령부를 찾아 새뮤얼 파파로 인태사령관 등으로부터 브리핑을 받는다.
김 차장은 “인태 사령부는 주한 미군을 포함해 지구 표면 52%에 해당하는 인태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며 “인태 지역 내 항공모함과 전략핵추진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 운용을 책임지고 있어 한반도 확장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준동맹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북·러의 밀착에 대응해 한·미 동맹의 굳건한 결속과 강력한 억지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10~11일엔 미 워싱턴DC로 이동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10일엔 체코·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나토 회원국과 릴레이 양자 회담을 갖고, 오후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한다. 양자 회담에선 에너지와 방산 협력 등이 주로 논의될 예정이다. 러시아와 인접한 핀란드와 노르웨이는 한국의 K9 자주포를 도입해 운용 중이며, 체코에선 한국 기업이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도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11일엔 한국을 포함해 나토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초청받은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AP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과 별도로 회동한다. 이어 32개 나토 동맹국 및 AP4, 유럽연합(EU)이 참석하는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32개 나토 동맹국 차원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차원에서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에 대해 공동의 메시지를 발신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지원 의지를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정상회의 기간 한·미, 한·일 및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틀간 여러 행사를 소화해야 한다”며 “한·미, 한·일, 한·미·일을 별도로 떼어내서 정상회담을 할 여유와 시간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오후엔 나토가 유럽 및 미국의 5개 싱크탱크와 공동 주최하는 나토 퍼블릭 포럼에서 기조연설한다. 윤 대통령은 순방 때마다 대한민국 1호 영업 사원을 자처하며 경제 외교에 집중해왔다. 이번 순방만큼은 안보 이슈에 주력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에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이 특징적 협력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나의 일관된 안보 컨셉에 집중한 순방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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