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의 한화... 후반기가 궁금한 이유

이준목 2024. 7. 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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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승률은 올랐지만, 순위 떨어져... 절반의 성공

[이준목 기자]

한화 이글스가 2024시즌 전반기 일정을 '절반의 성공'으로 마쳤다. 한화는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13-5로 승리하며 3연패를 탈출하고 기분 좋게 후반기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전반기를 36승 2무 44패(.450)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김경문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의 성적은 24승 1무 32패(.429)였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화는 25경기에서 12승 1무 12패를 기록하며 정확히 5할승률을 지켜냈다.

하지만 김 감독 부임직전 8위였던 한화의 순위는 현재 9위로 오히려 한단계 더 하락했다.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35승 46패)와도 1.5게임 차에 불과하다.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 SSG 랜더스(41승 1무 42패)와는 3.5게임 차이다.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갑자기 승률이 크게 반등하는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었다. 하지만 6년간의 프로야구 현장 공백기와, 60대 중반의 현역 최고령 '올드보이' 감독에 대한 우려의 시선, 심지어 시즌 중반에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큰 잡음 없이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승률을 소폭이나마 상승시킨 것은 일단 선방에 더 가깝다. 한화 팬들도 일단 현재까지는 감독 교체가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 요소가 더 많았다며 긍정하는 분위기다.

김 감독은 부임 초기, 선수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하여 한화의 현실에 맞는 실리적인 야구를 찾아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시즌 중반에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은만큼 선수단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감안해야했다.

지난 한달여간은 김경문 감독의 야구철학과 한화의 실제 전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가는 시간이었다. 김 감독은 그동안 전임감독 시절에 출전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거나 타순과 포지션에 변화를 주며 다소 정체되어있던 내부 경쟁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한편으로 특유의 빅볼스타일이나 믿음의 야구에만 연연하지않고, 경기 초반에 번트를 시도하거나 도루와 작전야구를 적극 구사하는 등 스몰볼을 시도하며 팀 상황에 맞춰 유연해진 모습도 보여줬다.

한화는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초반 잠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김 감독은 이원석, 장진혁, 황영묵 등 기동력을 갖춘 중장거리형 타자들을 중용했다. 한화의 팀도루는 57경기 30개로 리그 9위였으나 김 감독 부임 이후 25경기에서 벌써 18개의 도루를 추가하며 달리는 야구의 비중이 높아졌다.

마운드에서는 류현진이 개막 4-5월의 부진을 딛고 1선발 에이스의 위용을 회복했으며. 리카르도 산체스의 일시 대체선수로 합류한 라이언 와이이스가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불펜에서는 주현상과 한승역 등이 호투를 이어가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한화는 앞서 57경기에서 리그 최다 17번의 역전패를 기록했던 한화지만 최근 25경기에 역전패는 단 3번에 불과할 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 바뀌었다.

김경문 감독 개인으로서는 감독 통산 900승을 돌파하는 기쁨도 누렸다. 지난 6월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6-1로 승리하면서 김 감독은 김응룡, 김성근, 김인식, 김재박, 강병철 감독에 이은 KBO 역대 6번째로 900승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현재 김 감독은 통산 908승을 기록 중이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직 보완해야 할 과제들도 많이 남아있다. 초반에 김 감독이 변화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6월 중순을 넘기면서 서서히 다시 베테랑과 주전들에 의존하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 주현상 등 일부 불펜투수들의 과도한 혹사 조짐은 기존의 단점들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낸다. 문동주, 채은성, 노시환 등 핵심선수들의 부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타선의 화력은 기복이 심하다.

김경문 감독의 입장 번복도 엇갈린 반응을 자아낸다. 김 감독은 부임 직후만 해도 선수단의 혼란을 줄이기 위하여 기존 코칭스태프들을 데리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하지만 한달만에 분위기 쇄신을 명분으로 지난 5일 양승관 수석코치와 양상문 투수코치를 영입하는 코치진 개편을 발표했다.

두 신임 코치 모두 김경문 감독과 인연이 깊다. 양승관 수석코치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NC 다이노스에서 타격코치와 수석코치로서 김 감독을 보좌한 바 있다. 양상문 투수코치는 김감독의 2년 후배로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감독, 단장을 맡으며 현장과 프런트 경험이 모두 풍부하다. 그만큼 한화가 올시즌 가을야구 진출을 위하여 최대한 김경문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도 볼수 있다.

두 코치가 영입되면서 기존의 정경배 전 수석코치와 박승민 전 투수코치는 각각 타격 총괄, 투수 코디네이터로 이동하기로 결정됐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노련한 베테랑 코치들의 영입이 김경문 친정체제의 색깔 강화와 동시에, 다음 시즌 프런트 개편까지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경문호의 후반기 목표는 여전히 5강도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때 쉬운 목표는 아니다. 한화는 최원호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시즌도 전반기를 마치고 5위권과는 2.5게임차였으나 최종순위는 9위로 하락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더구나 올시즌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중하위권이 역대급 혼전 상황이다. 5위 SSG부터 10위 키움까지의 승차가 겨우 5게임에 불과하며, 키움의 승률은 .432로 꼴찌임에도 아직 5강권을 노려볼 수 있는 희망이 남아있다.

지난해 준우승팀 KT가 올시즌도 한때 꼴찌를 찍었다가 다시 7위까지 올라왔고, 8위 롯데 역시 6월 승률 1위를 기록하는 등 하위권팀들도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만큼 판도를 예측하기 힘들다. 어쩌면 올시즌에는 5강경쟁 이상으로 탈꼴찌 싸움이 보다 더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화 역시 5강으로 가는 길도, 꼴찌로 다시 추락하는 길도 활짝 열려있다. 코칭스태프 개편으로 승부수를 띄운 김경문 감독이 한화에 가을야구의 기적을 선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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