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질병 퇴치' 국제기구 부총장 "韓과 협력 확대하고 싶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각국 공여가 주춤해진 것과 달리 한국은 공적개발원조(ODA)를 대폭 늘린 게 두드러집니다. 이는 한국의 바이오 제조 능력과 결합해 국제보건에서 시너지가 날 거라고 봅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테누 아바피아(Tenu Avafia)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이하 유니테이드) 부사무총장이 힘을 주며 말했다. 유니테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기구로 2006년 출범했다. 개발도상국을 위협하는 3대 감염병인 결핵·에이즈·말라리아 등의 의약품 개발과 보급 지원을 맡는 기관이다.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약가 인하, 품질 향상과 기술 혁신 및 안정적 공급을 유도하는 식이다.
아바피아 부사무총장은 이번이 첫 번째 방한이다. 한국 정부·국회, 바이오 업계와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부러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 만큼 개도국 질병 퇴치를 위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한국은 2008년 아시아 최초로 유니테이드에 재정적 기여를 시작해 누적 9500만 달러를 지원했고, 현재 13개 집행 이사국 중 하나로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거의 초창기부터 함께 한 설립 멤버다. 유니테이드의 중장기 전략 구상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면서 "지금껏 꾸준히 국제보건에서 보여준 리더십이 놀랍다. 지난해 기여금을 기존의 3배인 1500만 달러로 늘린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 비교 우위를 가진 바이오 시밀러(복제약)·진단 키트 등 바이오산업에 큰 관심을 표했다. 뛰어난 치료·검사법 등이 개도국 의약품 생산과 보급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의 진단 개발업체인 바이오노트는 유니테이드와 협력해 코로나19 진단에 필요한 원자재와 장비, 기술 등을 이전해 세네갈에서 진단기기가 생산될 수 있게 도왔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국익과 바이오 업계 경쟁력이 결합하면 국제적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꾸준히 한국 업체들에 포럼 참여 등 관심과 협업을 끌어내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아시아 등 개도국의 감염병 대응력을 끌어올리려면 국제사회 공조가 중요하다. 하지만 유례없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많은 국가가 국제보건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고 한다. 지금껏 41억 달러의 재원을 모금한 유니테이드도 최근 공여국 참여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중동·우크라이나 분쟁, 기후변화에 따른 대규모 재해도 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과제 속에서도 2023~2027년 15억 달러를 모금한다는 계획을 찬찬히 실행하고 있다.
그는 "공공 부문 외에 민간 기업, 개발은행 등과 힘을 합쳐 새로운 방식으로 (운영) 자금을 마련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모자 보건, 기후변화 발(發) 감염병 문제 등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바피아 부사무총장은 단순 의약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세계 일부 지역에 집중된 제조·생산 능력을 아프리카 등 실제로 약이 필요한 곳으로 분산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3대 감염병뿐 아니라 기후변화나 지속가능한 제조·생산 역량 확보 등으로 대응 영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그 예로 나이지리아를 들었다. "산모가 출산할 때 출혈이 있으면 곧바로 복용할 수 있는 약이 있었지만, 나이지리아 등에선 기후변화 따른 기온 상승으로 고온에 취약한 약이 녹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업계와 파트너십을 통해 약제 생산 문제를 개선하면서 여성 보건도 좋아지고, 기후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나미비아 출신인 그는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 등으로 활동했지만, 20여 년 전 모국에 닥친 에이즈 위기 등을 보면서 공중보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엔 기구 등에서 일하다가 2022년 유니테이드에 합류했다. "여기서 일한 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많은 걸 배우고 있다. 국제보건 자체가 결코 지루해질 틈이 없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5일 질병관리청 등의 일정을 끝으로 한국을 떠나 스위스 제네바 본부로 돌아간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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