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의원·기부자 사퇴 압박에도 바이든 "아무도 못 몰아낸다"
"내가 민주당 대선후보입니다. 아무도 나를 밀어낼 수 없습니다. 저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 이후 사퇴 요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측근에게 전한 메시지라고 4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은 선거 캠프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CNN은 4~5일 이틀을 바이든의 거취를 결정지을 변곡점이 될 48시간으로 분석했다. 앞서 뉴욕 타임스(NYT)도 바이든이 앞으로 며칠 동안의 공개 행사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4일은 미국인들이 가장 크게 기념하는 독립기념일이라 주목도 높은 메시지를 내기에도 용이하다.
바이든 역시 이를 기회 삼아 여론 뒤집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또 다른 실수로 이어졌다. NYT에 따르면 이날 필라델피아 지역 라디오 방송 WURD에서 흑인 진행자와 한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자신을 "흑인 대통령과 일한 첫 흑인 여성"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일한 것이 영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던 도중 이런 실수가 나온 것이다. 자신이 최초로 흑인 여성을 부통령으로 지목한 사실과 함께 이를 부각하려다 엉뚱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실수했다"며 토론을 망쳤다는 점도 시인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토론일 하루가 아닌)내가 지난 3년 반 동안 한 일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바이든 물러나야 할 때"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중 바이든의 사퇴를 요구하는 공개적 목소리도 또 나왔다. 세스 몰튼 민주당 하원의원(매사추세츠)은 보스턴 지역 라디오방송 WBUR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위해 엄청난 봉사를 했지만 지금은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조지 워싱턴의 발자취를 따라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압도적인 지지율에도 당시 대통령 연임 제한이 없어 충분히 가능했던 3선에 도전하지 않고 스스로 물러났다.
앞서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텍사스), 라울 그리핼버 하원의원(애리조나)도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이번 대선에선 미국 하원 선거가 함께 치러지는데, 함께 뛰어야 할 이들이 직접 반대 의견을 내는 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이들이 느끼는 민심의 이탈이 심각하다는 방증일 수 있어서다.
트럼프 “바이든 선거 그만할 것…해리스, 한심”
고액 기부자들의 압박도 거세다. 일부는 아예 기부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월트 디즈니의 상속자인 아비게일 디즈니는 NYT에 "바이든이 대통령 후보직에서 사퇴할 때까지 민주당과 슈퍼팩, 비영리 단체 등 바이든 캠프는 한 푼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비게일 디즈니는 민주당의 오랜 지지자로 여러 정치자금모금단체(PAC)에 거액을 기부해왔다.
모리아 펀드 대표 기드온 스타인도 바이든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350만 달러(약 48억원)의 기부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NYT에 따르면 '넥스트 제너레이션 PAC'을 조성해 1억 달러 모금에 나선 억만장자 마이크 노보그라츠와 영화감독 앤드류 자레키는 바이든이 사퇴한다면 이 자금을 민주당의 새 후보를 위해 쓰겠다고 했다.
경쟁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민주당의 후보 교체를 예상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3일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가 공개한 영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대화하던 중 "(바이든은) 선거를 그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건 카멀라(해리스 부통령)가 내 상대가 된다는 뜻"이라며 "상대 후보로서는 더 낫겠지만 아주 한심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진화 노력 계속…48시간 총력전
5일에도 방송 인터뷰가 예정돼 있어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BC 방송은 바이든과 사전에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방영할 예정이다. 당초 편집을 거쳐 7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편집 없이 이날 저녁 8시부터 방영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7일 토론 이후 바이든이 가장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한 번 더 실수하면 똑같은 우려가 다시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장윤서 기자·워싱턴=김필규 특파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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