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30년 구형한 적 없다' 한동훈측 주장, 확인해보니
[임병도 기자]
▲ 2018년 2월 27일 YTN 보도 영상 |
ⓒ YTN유튜브 갈무리? |
한 후보 캠프는 4일 기자단에 보낸 공지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을 직접 구형하는 한동훈 육성 영상은 교묘히 조작된 영상으로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한동훈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제 구형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현행법상 재판장 허가 없이 법정에서 녹화와 촬영은 불가능해 해당 영상은 거짓 영상에 해당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후보 캠프가 언급한 영상은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1심 결심 공판에 나온 '논고(論告)'를 AI 목소리로 더빙해 만든 것입니다. 논고는 검찰이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나 중형을 구형할 경우 왜 엄벌에 처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의견진술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상 자체는 한동훈 후보의 목소리가 아닌 AI 더빙이니 거짓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동훈 후보가 박근혜씨에게 실제 구형하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한동훈 후보 '시작 캠프'에서 기자단에 보낸 공지문 |
ⓒ 한동훈후보 캠프 제공 |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동훈 차장검사가 출석한 이유는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정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윤 지검장은 "끝까지 최선을, 정성을 다하자"라며 한 차장검사의 재판 출석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한 차장검사도 그간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 공소유지를 총지휘했던 탓에 기자들에게 "끝까지 예를 갖춰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 차장 검사는 전 대통령 박근혜씨에 대한 결심공판에 직접 나와 6000자 분량의 구형문을 읽었습니다. 당시 박근혜씨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피고인은 20개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며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하고 실체 진실을 왜곡하면서 검찰과 특별검사는 물론 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박 대통령을 질타했습니다.
이어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농단한 최종 책임자인 피고인에게 징역 30년 및 뇌물에 해당하는 592억 2800만 원의 2배에서 5배 범위 내인 벌금 1185억 원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이런 사실 때문에 지난 4.10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씨를 예방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주목하는 눈길이 많았습니다. 당시 한 비대위원장은 대구에 위치한 박근혜씨 사저를 방문해 30분간 대화를 나누고 기념촬영도 했습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위원장과 박근혜씨는 회고록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는데, 공교롭게도 책에는 재판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대구 자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국민의힘 제공 |
이런 가운데 한동훈 캠프 측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상에 관해 발빠르게 대처하고 나선 점의 배경에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 당권을 잡기 위해선 이른바 TK(대구·경북) 민심을 잡아야 합니다. 이곳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역 기반이자 지지가 여전히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에게 30년 구형했다는 사실이 언급될수록 한 후보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당 대표 후보에 도전한 한 후보도 지난 27일 대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모두 불발됐습니다. 특히 홍 시장은 나경원·윤상현·원희룡 후보는 만나고 한 후보와는 만나지 않았습니다. 홍 시장은 원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한 후보를 가리켜 "정치를 잘못 배워도 한참 잘못 배웠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한 후보자가 AI 더빙을 이유로 박 전 대통령 30년 구형 자체를 거짓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캠프측 말대로 AI 음성을 이용한 해당 영상은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명확한 건 2018년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1심 결심공판 현장에서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피고인에게 징역 30년 및 뇌물에 해당하는 592억 2800만 원의 2배에서 5배 범위 내인 벌금 1185억 원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란다"란 내용이 담긴 구형문을 직접 읽었다는 사실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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