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위한·관객에 의한 부산 모퉁이극장 [공간을 기억하다]

류지윤 2024. 7. 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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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화 탐방기⑦]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모퉁이극장 제공

모퉁이극장은 2012년 부산시 중구 중앙동 40계단 근처에서 가설극장 형태로 시작했다. 그 시작은 단순한 극장이 아닌, 관객 문화 응원 단체로서 관객들이 영화 문화를 더 깊이 있게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걸 목표로 했다. 2020년 BNK부산은행아트시네마 3층의 전용관(72석 상설극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모퉁이극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훼손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모퉁이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영화인들의 놀이터'라는 인상을 줬다. 관객들이 뽑은 '나만의 영화 TOP10'이 한 구석의 벽면을 꾸미고 있어 이 곳을 찾은 관객들의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안쪽에는 미립서재로 모퉁이극장이 큐레이션 한 책들을 살펴볼 수 있으며, 전시와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협동조합의 '금지옥엽' 굿즈샵도 자리하고 있다. 상영 시간을 기다리면서 영화에 대한 사유를 할 수 있도록 꾸며놓은 인상적인 공간으로, 부산의 '영화인들의 놀이터'가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모퉁이극장의 김현수 대표는 관객들의 권위 신장과 확장을 위해 10년이 넘게 노력해 오고 있었다. 독립 예술 영화 신인 감독들은 계속 배출이 되지만, 독립예술영화 관객들은 배출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모퉁이극장은 관객영화제, 야외상영 프로그램 40계단 시민극장, 커뮤니티 비프의 커뮤니티시네마, 관객문화교실 등 관객이 주인이 되는 프로그램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 곳은 관객문화를 응원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도 있고 영화의 도시라 인프라가 있어요. 그런데 시민들의 참여할 수 있는 접촉점은 적다고 생각했어요. 부국제의 시민 평론단이 있는데 너무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인데 영화제 기간만 활동할 수 밖에 없는 게 아쉬웠죠. 이 분들이 365일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방향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열악하다고 생각해요. 관객 부서도 따로 없고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기획, 운영 부서도 없고요. 그래서 저희가 영화제와 파트너가 돼 2013년부터 부산독립영화제를 시작으로 관객 리뷰단을 만들어 결합시켰어요. 영화제 우수작들은 평론가들이 비평하지만 그 외의 작품들은 비평 한마디 들을 수 없죠. 그래서 관객 30명을 매칭해서 사전에 스크린을 받아 리뷰 잡지를 만들었어요. 이 활동은, 영화 감독을 향한 격려가 되고 참여한 시민들에게도 역할을 부여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응원이 되지 않겠나 싶었죠."

관객 영화제 GV, 청년커뮤니티활동 ⓒ모퉁이극장 제공

관객들의 권위 신장을 위한 노력

김현수 대표는 영화전문가가 중심이 되는 토크가 아닌, 관객이 중심이 되는 토크 자리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은 감독, 제작자 분들이 해주니 관객들이 할 수 있는 말은 뭘까 고민했죠. 영화가 끝난 후 재잘거리는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이 흥이 관객들의 즐거움인데 실체가 없어지는 느낌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어렵게 생각해요. 사실 공기나 생수처럼 맨날 보는 건데 말이죠. 그 벽을 깨고 싶었어요. 우리는 보통 GV(관객과의 대화)와 반대로 가기로 한 거죠. 명장면을 말하고, 본 소감을 말해보는 거죠. 저는 이걸 '혈중영화농도'라고 표현해요. 혈중영화농도가 떨어지기 전, 이 순간에만 나눌 수 있는 감흥을 나누는 걸 추구해요. 이 이야기를 통해 관객과 영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걸 찾을 수 있죠."

"또 '이런 관객에게 추천해요'를 주제로 이야기도 나눕니다. 영화의 쓰임새를 발견하고, 영화가 사회적인 매체라는 걸 공유하려는 거예요. 녹취도 하고 녹취를 기록으로 정리해 올리고 있죠. 영화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이 역할을 시민관객들이 맡고 있다는 걸 말하는 거죠."

관객문화교실도 운영 중이다. 일반 시민들이 영화를 일상적으로 향유하고 영화 문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관객이 되도록 돕는 현장 밀착형 시민강좌다. 이미지 영상매체의 힘', '나만의 영화 TOP10', '이미지 사귐'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관객문화교실 운영은 10년이 됐어요. 100 페이지의 관객 잡지를 만들려고 했죠. 한 페이지씩 각자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구상하는 걸 상영했어요. 모퉁이극장이라는 공간이 있으니 독립영화 상영회를 해보자 싶었고, 알려지면서 관객들이 찾는 공간이 됐어요. 그런데 재미있게 참여는 하는데 이벤트적인 느낌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싶었죠. 그렇게 해서 지금은 관객들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공유하는 시간으로 10주 동안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8년 만들어진 부산국제영화제의 커뮤니티 비프는 김현수 대표가 이름도 직접 만들고 기획 운영을 한 프로그램이다.

"모퉁이극장이 10년 넘게 자치 상영회를 꾸준히 해오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우리가 하던 콘텐츠를 부산국제영화제와 공유해 예산과 인력이 붙으니 프로그램이 됐죠. 커뮤니티시네마 활동이 조금 더 가치있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운영 방향입니다."

김해시민영화제 '김씨네' - 관객이 주체가 된 영화제

김해 시민이 모여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영화 축제, 김해시민영화제 '김씨네'가 김현수 대표가 프로그램디렉터가 참여해 지금까지 다져온 노하우를 녹인 '시민영화영화제 정석' 그 자체다

"제안이 와서 만든 영화제인데, 관객이 주체가 된, 커뮤니티시네마형을 추구해요. 영화부터 프로그램 주체가 모두 시민이죠. 제가 10년 동안 했던 시행착오를 모두 업그레이드 시켰어요. 이 곳에 오시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국의 커뮤니티 시네 클럽들을 만날 수 있어요. 올해도 개최되니 기대 바랍니다."

김현수 대표는 모퉁이극장이 관객들이 서로 만나 안부를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관객들의 만남이 장소가 되면 더할 나위 없죠. 잃어버린 공동체적인 공간이 되길 바라요. 예를 들면 어른 관객이 영화를 감동적으로 본 후, 청소년들을 위해 티켓을 선구입을 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이뤄지는 극장이 만들어졌으면 해요. 이 곳에서 수많은 영화 모임들이 돌아가면 좋겠어요. 그게 저희의 비전입니다. 아직 시작 단계예요. 극장 운영을 배워가고 있고, 이제는 원래 했던 걸 더 적극적으로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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