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수의 평가 "윤석열 정권이 언급 피하고 있다"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2024. 7. 5. 12: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종성의 히,스토리]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윤 정부는 저지할 생각 있나?

[김종성 기자]

윤석열 정권은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나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대표되는 김건희 여사의 리스크에 더해, 채상병 특검법으로 대표되는 윤 대통령의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도 바쁘다. 그런데 일본인들의 눈에는 윤 대통령이 아직 여력이 있어 보이는 듯하다. 일본에선 윤 대통령이 이 와중에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대해 조력을 제공하는 듯 비치고 있다. 

최소 2000명의 한국인들이 강제노역을 당한 사도광산 문제는 윤석열 정권이 처한 그 어떤 리스크 못지않게 파괴력이 크다. 이 이슈와 관련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를 편들면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사도광산 리스크를 피하지 않고 있다. 사도광산은 일본 언론보도에서는 사도금광이라는 의미의 사도금산(佐渡金山)으로 많이 표기된다. 일본인들이 볼 때 윤석열 정권은 '금산씨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도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적극적 언급 피하고 있다"
 
 일본어판 <뉴스위크>에 실린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대 국제협력연구과 교수의 칼럼 '한국이 사도금산의 세계유산 등록에 소란이 없는 이유'
ⓒ 일본판 시사위크 홈페이지 캡처
 
이달 3일 자 일본어판 <뉴스위크>에 실린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대 국제협력연구과 교수의 칼럼 '한국이 사도금산의 세계유산 등록에 소란이 없는 이유'는 일본인들의 눈에 비친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무라 간 교수는 일본이 2010년 이전부터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온 사실을 거론하면서 "등록이 지연된 이유 하나는 한국 정부가 이 사도섬의 금광을 식민지기에 조선반도에서 온 노동자들이 강제노동을 당한 장소라고 하여 반대했다는 점에 있다"라고 한 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세계유산 등재에 유리한 쪽으로 상황이 변한 이유를 그는 윤석열 정권에서 찾는다. 그의 말은 이렇다.

"하지만 사도섬 금광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둘러싼 오늘의 상황은 일한 양국이 격렬히 대립한 이전 상황과는 크게 달라졌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일한관계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권이 이 문제에 관한 적극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는 것."

최근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이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정권이 어느 정도나마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한국인 강제노역이 반영되지 않으면 세계유산 등재에 반대하겠다'는 외교부 당국자의 입장 표명도 보도되고, '한국 정부가 징용 피해자 위령시설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고심 중이다'라는 내용도 보도됐다.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들과 달리 조건부 찬성을 표시했다는 보도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시다 내각을 압박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풍기는 보도들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관찰해온 기무라 간 교수의 눈에는 윤석열 정권이 적극적이지 않다. 이것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기무라의 인식이다. 피해국인 한국의 대통령이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유네스코 입장에서는 일본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그만큼 수월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윤 대통령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뉴스위크> 기고문에 나타난 메시지다.

기무라 교수 한 사람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일본 극우를 대변하는 변진일 <코리아 리포트> 편집장의 글에서도 확인된다. 재일교포인 그가 지난 6월 7일 자 <야후 재팬> 뉴스에 기고한 '재연되는 일·한의 현안, 사도금산의 세계유산 등록과 한국의 해양조사... 주목되는 친일파 윤석열 정권의 대응'을 읽어보면, 일본 극우세력이 윤 대통령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변진일 편집장은 이 글에서 "최악의 일한관계를 최량(最良)의 일한관계로 회복시킨 윤석열 대통령"이 사도광산에 관한 자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친일인 윤석열 정권은 등재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또 "윤석열 정권의 외교부는 문 전(前) 정권과는 달리 등록 저지를 위한 로비 활동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라고도 말한다. 유네스코 등을 상대로 등재 저지 활동을 벌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언급이다. 한국 언론보도만 놓고 보면 외교부가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일본 극우의 눈에는 외교부의 '액션'이 그런 의미로 비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 고위층의 믿음(?)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과 오카노 마사타카 사무차관이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5차 한일 차관전략대화에 참석,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외교부가 누구 편인지를 의심케 하는 일은 지난달 28일 도쿄에서 거행된 한일 외교부차관 전략대화에 관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 언론보도에서는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이 오카노 마사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에게 '강제노역을 비롯한 전체 역사가 충실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사실이 소개됐지만, 그날 발행된 <아사히신문> 기사를 읽어보면 뉘앙스가 꽤 다르다.

<아사히신문> 기사의 제목은 '일·한 외무차관, 러·조 접근에 연대 확인... 사도금산에서 함께 노력'이다. 이에 따르면, 김홍균 차관이 위와 같은 입장만 표명한 것은 아니다. 기사 제목에도 나타나듯이 그와 오카노 차관은 "양국관계 발전의 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내각에 의해 운영되는 양국관계의 모멘텀이 된 것이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대신 떠안는 제3자 변제를 선언한 일이 그런 모멘텀이 됐다.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해 이 모멘텀을 이어가자는 것은 제3자 변제의 정신이 사도광산 문제에도 투영되도록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외교부차관이 해주고 돌아왔다. 속뜻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표현들을 사용해 가며 한국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시켜 준 셈이다.
  
사실 외교부 차관이 도쿄까지 가서 그런 뜻을 전하는 것은 불필요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는 윤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지지통신> 정치부가 쓴 '순풍 일·한, 그림자 지는 역사문제'는 사도광산 문제에 대한 한국 내 반발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한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본 정부 고위인사의 발언을 이렇게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함께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

기시다 총리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윤 대통령을 신뢰하는 일본 정부 고위층의 마음이 느껴진다. 윤석열 정권은 사도광산과 관련해 일본을 압박하는듯 하지만, 정작 일본은 이처럼 윤 대통령을 같은 편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뉴델리에서 열릴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이를 위해 기시다 내각은 '양'으로 뛰고 윤석열 정부는 '음'으로 뛰고 있다는 인식이 일본 정부와 극우 안에 존재한다는 점을 위 보도들에서 느낄 수 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