音∼ 오디오가 나가신다… ‘소음 만들기’ 진심인 전기차 업계

문수정 2024. 7. 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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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골목길을 걷다가 BMW 전기차가 지나간다며 어떤 소리를 내는지 들어보길 권한다. 굳이 자동차가 내는 소리를 들어보라니, 그럴 일인가 싶을 수 있다. 자동차 소음이 거기서 거기 아니냐는 반박도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한스 짐머가 만들어 낸 소리라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BMW 전기차에 적용되는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은 짐머와 협업해 만들어 화제가 됐다. 짐머는 영화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 나이트’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세계적인 음악가와 주행사운드를 만들어낼 만큼, 자동차업계는 전기차의 소음에 ‘진심’이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 전부터 전기차에 브랜드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운드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는 정숙성을 위해 소음을 줄이려고 노력해 왔다. 전동화 시대에는 반대로 소음을 입히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동을 켤 때, 서행 중일 때, 가속해서 힘차게 달릴 때, 제동할 때 내연기관차는 매번 다른 소리를 낸다. 엔진이 힘을 낼 때마다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소음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매끄럽게 회전하는 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현대차에 따르면 전기차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에서 전기모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소음이 실내에 전달되는 소리의 절반에 이르는 것과 대조된다.

전기차의 본질적 특성인 ‘극강의 조용함’을 불편해하는 운전자들도 많다. 엔진사운드가 없으니 가속을 해도 속도감이 직관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움직임과 청각의 부조화가 낯선 감각으로 다가와 어색하게 여겨질 수 있다. 운전의 몰입감을 위해서도 소음은 필요하다. 엔진사운드로 주행 상황을 파악해 온 대부분의 운전자는 소리의 변화로 가속, 감속 등의 정보를 실감하기 때문이다.

주행 중 차량 실내로 들어오는 소리의 70%가 ‘환경소음’이라는 것도 전기차 운전자를 불편하게 한다. 운전 중 실내가 매우 조용한 가운데 공기 저항으로 발생하는 풍절음, 타이어가 노면 위를 구르며 전달되는 노면소음 등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게 아이러니다. 전기차 실내의 소음 가운데 40%는 노면소음, 30%는 풍절음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안전을 위해 전기차의 소음이 필요해졌다. 골목길에서 보행자가 서행하는 전기차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사고 발생의 위험이 생긴다. 이 때문에 2019년부터 전기차 신차 외부에 차량 소음을 내는 장치(AVAS·Acoustic Vehicle Alert Sound) 설치가 의무화됐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고, 미국과 우리나라는 2020년 저소음 자동차에 배기음 발생장치를 의무화하는 법규가 생겼다. 국내에서는 시속 20㎞ 이하로 서행할 때 지하철 소음 정도의 75㏈ 이하로 경고음을 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가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가상 주행을 하며 사운드를 연구하고 있다. 회사 제공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에 적용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 기술을 전기차 특성에 맞게 확장한 ‘e-ASD’를 개발했다. 실시간으로 가상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그래뉼라 신디시스’ 방식을 도입했다. 소리를 매우 작은 단위로 분해하고 짧은소리를 모아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음향 합성 기술로 전기차 사운드를 만들었다. 주행 상황에 최적화된 음향과 음량을 적용해 탑승자에게 전달한다.

내연기관 모터스포츠 차량에서 영감을 받은 가상 사운드 시스템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가 적용된 현대차 아이오닉 5N의 외관. 회사 제공


운전자의 취향에 맞는 소리를 고르는 재미도 있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유럽에서는 내연기관차에 가까운 엔진 사운드에 호감도가 높았고, 국내에서는 미래 지향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이 최초로 e-ASD 기술은 기아 EV6에 반영됐고 스타일리시, 다이내믹, 사이버 등 3가지 사운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인터스텔라’ ‘듄’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곡가 한스 짐머(왼쪽)와 BMW 그룹 사운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렌조 비탈레가 전기차에 적용되는 BMW 아이코닉 사운드를 만들고 있다. 회사 제공


BMW가 한스 짐머와 협업해 만든 아이코닉 사운드는 시동사운드, 종료 사운드, 주행 사운드로 구성됐다. 가속페달 조작 정도와 차량의 속도에 맞춰 생생한 피드백을 전달한다. 기계적인 소음을 음악으로 접근해 운전의 감성을 충족시킨다.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은 지난해 2022년 완성됐고 i4, XM, i5, i7 등에 탑재됐다.

주행사운드가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포르쉐 전기차의 사운드는 포르쉐의 명함과도 같은 엔진사운드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르쉐 6기통 수평대향 엔진사운드’를 실감할 수 있는 주행사운드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된다. 포르쉐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는 차량의 개성과 주행 특성에 따라 구현돼 다채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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