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 다녀간 곳에 김정은 현판도 나란히…"최전방에선 민심 동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대보다 서둘러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각종 공장·학교 등에도 김일성·김정일 현판과 나란히 김정은의 현지 지도 현판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보도 등에 따르면 최근 김정숙평양제사(4)공장과 강서약수공장, 만경대혁명학원 등에는 김일성·김정일 현판 옆에 김정은의 현지 지도 관련 현판이 추가되거나, 업적비가 아예 새로 제작돼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숙평양제사공장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 등 현판 옆에 나란히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현지지도하신 생산 현장’이란 현판이 걸린 장면이 노출됐다.
강서약수공장의 경우 ‘만대에 빛나라 불멸의 업적이여’라고 적힌 혁명사적비에 김일성·김정일 뿐 아니라 김정은도 다녀갔다는 내용과 함께 이들의 ‘말씀’이 기록됐다. 2017년 6월 김정은이 방문했을 때는 김일성·김정일의 발언만 적힌 사적비였는데, 최근 새로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6일에 보도된 평양곡산공장 현장에도 '길이 빛나라 불멸의 자욱이여'라는 김씨 일가 3대의 사적비가 있는 게 노출됐다. 2021년까지는 없었던 내용이라고 한다.
이달 초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에 김정은의 단독 초상휘장(배지)을 간부들이 달고 나온 데 이어 김정은 우상화 선전물을 연이어 방송 매체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당이 김일성 사망 30주기(7월 8일)의 애도 주간을 하루로 단축할 것을 지시했다고도 보도했다.
올해 1월 19일 “남북 관계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김정은의 발언이 공개된 지 사나흘 만에 김일성의 업적인 평양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이 철거된 모습이 민간 위성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는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 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선대 지우기 행보에 나서는 동시에 민심 동요를 의식해 일부 현장에선 김일성·김정일과 동등하게 자신의 업적을 강조해 나가는 것으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자신을 선대의 반열에 올리는 것이다.
북한 정권의 우상화 작업은 김일성이 58세, 김정일은 50세에 시작했으며, 김정은 정권 들어선 40세로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오히려 극심한 경제난과 젊은 세대의 사상 이완 등을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
실제 최전방에선 젊은 군인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고, 동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강원도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주민들의 월남 도주(탈북)를 막기 위해 당국이 최전연(최전방) 부대에 ‘요새화’ 지시를 내렸다”며 “이 과정에서 공구와 장비가 부족해 세 끼 식사도 해결하지 제대로 해결하지 못 하는데, 사고가 나는 등 난관이 한 둘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매체에 “지뢰 매설 중 사고로 팔다리를 잃고 실명한 군인들도 있는데 당국은 선전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불모지 작업과 지뢰 매설을 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것과 일치하는 증언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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