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24 우승후보 프랑스-잉글랜드, 부진한 행보 결말은?
[박시인 기자]
이번 유로 2024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두 팀으로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꼽혔다.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프랑스와 잉글랜드에 대한 축구 팬들의 관심은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 경기 졸전이었다. 조별리그 이후 토너먼트에서도 경기력은 좀처럼 향상되지 않았다. 기대했던 두 팀의 부진 때문일까. 유로 2024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축구 팬들의 성토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았다. 유로 2024 8강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결국 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는자가 강팀이라는것을 증명하고 있는 두 팀의 행보다. 여전히 고비는 많이 남아있다. 8강전부터는 더욱 호락호락하지 않다.
평가전부터 이어진 두 팀의 불안 요소
대회 직전 프랑스와 잉글랜드는 황금세대들의 성장세와 베테랑들과의 신구조화가 잘 이뤄지며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잉글랜드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대표팀을 오랜 기간 장기 집권했다. 안정된 조직력과 연속성이 더해지며 최근 열린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화려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기보다는 실리적인 색채를 강조하는 점도 유사하다.
하지만 두 팀은 지난 3월과 6월 평가전에서 조금씩 불안함을 보이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0-2로 완패했고, 최종 모의고사격으로 치른 캐나다와는 0-0 무승부에 그쳤다. 잉글랜드는 3월 브라질(0-1패), 벨기에(2-2무)와의 2연전에서 승리하지 못한 데 이어 6월 보스니아에 3-0으로 이겼지만 아이슬란드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0-1로 패하며 망신을 당했다.
두 팀 모두 대회 본선을 앞두고 큰 불안요소를 안고 있었다. 프랑스는 공격진, 잉글랜드는 수비진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했다.
데샹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최전방에 올리비에 지루, 랑달 콜로 무아니, 마르쿠스 튀람을 번갈아가며 실험했는데, 이렇다 할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수비 라인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장기간 신임을 받은 해리 매과이어가 올 시즌 소속팀에서 후보로 밀려나며 경기 감각이 크게 저하됐다. 이에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매과이어를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존 스톤스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매과이어의 이탈로 인해 당장 파트너를 찾는 데 고심했고, 결국 마크 게히를 주전 센터백으로 낙점했다.
또 하나의 걱정거리는 왼쪽 풀백이었다. 오른발이 주발인 키어런 트리피어를 왼쪽 자리에서 실험 가동했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루크 쇼를 대표팀 명단에 포함한 건 큰 모험이었다.
▲ 유로 2024, 프랑스 음바페 |
ⓒ AP / 연합뉴스 |
결국 유로 2024 본선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조별리그에서 1승 2무에 그치며, 오스트리아에 조 1위 자리를 내줬다. 1위를 차지했다면 좀 더 수월한 토너먼트 대진표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조2위로 16강에 오른 프랑스는 벨기에를 상대해야 했다.
무엇보다 프랑스는 4경기에서 3득점에 그치고 있다. 2골은 자책골, 1골은 페널티킥이었다. 4경기를 치르면서 67개의 슈팅 시도에도 불구하고 필드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굴욕에 가깝다.
상대 페널티 박스 진영에서 세부적인 공격 전술을 찾아보기 어렵다. 데샹 감독 전술의 키 플레이어였던 앙투안 그리즈만의 부진이 매우 아쉽다. 2선에서 감각적인 패스와 포지셔닝으로 공격 연결고리를 원활하게 수행하던 그리즈만이 평소만큼 활약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인 공격력이 다운그레이드됐다.
그리고 킬리앙 음바페가 오스트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코뼈 골절 부상을 당한 것도 치명적이다. 폴란드와의 3차전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채 다시 경기에 나서고 있는 음바페는 어느 정도 폭발력 있는 드리블과 돌파를 보여주고 있지만 슈팅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음바페가 중앙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갈 때 왼쪽 공간을 과감하게 파고들며 양질의 찬스를 만드는 테오 에르난데스의 퍼포먼스가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데샹 감독은 매 경기 다른 공격진을 구성했다.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망 뎀벨레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는 음바페-튀람-그리즈만으로 공격진을 내세웠지만 자책골로 간신히 승리게 프랑스의 현주소다. 프랑스는 8강 포르투갈, 4강에서 독일-스페인 승자와 맞붙는다. 매 경기 우승후보와 싸워야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 유로2024 잉글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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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도 프랑스와 상황이 비슷하다. 상대 밀집 수비를 뚫어내는 공격에서의 창의성과 전술이 실종됐다. 빌드업을 통해 슈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매우 투박하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1승 2무, 2득점에 머물렀다. 세르비아, 덴마크를 상대로 슈팅 수에서 열세를 보일만큼 졸전의 연속이었다.
오른발잡이 트리피어는 왼쪽 터치라인에서 중앙으로 접어놓는 경향이 많다. 오른쪽과 중앙이 주 포지션인 필 포든에게 왼쪽 측면 윙포워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다름없었다. 공교롭게도 잉글랜드의 주요 공격 방향은 왼쪽이 더 많다는 게 문제다.
트리피어를 주전에서 빼자니 전문 왼쪽 풀백 자원이 없다. 쇼는 부상으로 인해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에서 출전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 쇼의 마지막 공식 경기는 2월이다. 왜 다른 왼발잡이 전문 풀백을 선발하지 않았냐는 잉글랜드의 현지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중앙 미드필더 데클런 라이스의 파트너는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조별리그 1, 2차전은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가 나섰지만 부진을 거듭했고, 3차전은 코너 갤러거, 16강전은 코비 마이누가 라이스와 짝을 이뤘다.
해리 케인과 주드 벨링엄으로 향하는 패스 숫자가 현저하게 적음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는 각각 2골씩 터뜨리며 분전하고 있다. 특히 잉글랜드는 슬로바키아와의 16강전에서는 후반 추가 시간 벨링엄의 원더골로 간신히 패배를 면했다. 연장 전반에는 케인이 역전 결승 골을 넣으며 승리를 합작했다. 실질적으로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잉글랜드는 8강에서 이번 대회 최고의 조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스위스를 만난다. 스위스를 넘으면 네덜란드-튀르키예 승자와 4강에서 격돌한다. 최상의 대진표를 받았다는 생각에 앞서 빠른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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