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없는 사람 많다"…시청역 역주행 사고 당시 접수된 신고만 14건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가 발생한 지난 1일 소방당국에 접수된 신고만 14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된 신고 전화 내용을 담은 녹취록엔 '사거리에 다섯 명 이상 쓰러져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친 것 같다' 등 당시 긴박했던 현장 분위기가 담겼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 1일 119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점인 오후 9시27분부터 오후 9시42분까지 1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최초 신고자는 "시청역 사거리인데, 자동차 사고가 크게 났다"며 "사람 1명이 도로에 누워있다. 사고 충격으로 차가 완전히 반파됐다"고 말했다.
27초 만에 이어진 두 번째 신고에선 "사거리에 사고가 나서 지금 5명 이상이 쓰러져 계신다"며 "검은색 승용차가 갑자기 인도를 덮쳤다. 사람들이 많이 다친 것 같다"는 내용이 접수됐다. 당시 횡당보도를 건너던 중 사고를 목격했다는 신고자는 3초 뒤 "환자가 몇 명이나 되는 것 같냐"는 질문에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이라며 "의식이 없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추정되는 한 신고자는 비슷한 시각 떨리는 목소리로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사람이 다쳐서 인도까지 왔다"며 "숨을 안 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흐느끼면서도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지', '숨을 쉬는지 봐달라'는 요원의 요청을 끝까지 응하며 답했다.
또 다른 신고자는 "큰 굉음이 났고, 사람들이 다 쓰러져 있는데 한 명만 심폐소생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머지들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거의 초기에 (사고를) 본 사람이라 도움이 될까 전화드렸다"며 안타까워했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응급처치에 나선 신고자도 있었다. 요원이 "응급처치 부서 연결하면 환자한테 응급처치할 수 있겠냐"고 묻자 이 신고자는 "제가 하겠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12번째 신고에서는 "사람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한 7명, 제가 본 건 4~5명"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68)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27분쯤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차량 2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뒤 인도와 횡단보도에 있던 보행자들을 치는 사고를 냈다. 이에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A씨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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