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승부수... 외국인 에이스 발라조빅으로 전격 교체
[양형석 기자]
▲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전반기 관중 600만명을 돌파한 4일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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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전반기 마지막 날 외국인 에이스를 교체했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웨이버 공시하고 우완 조던 발라조빅와 총액 2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두산 관계자는 "발라조빅은 196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투수로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최고 156km, 평균 150km의 빠른 공이 위력적"이라며 "이외에도 스플리터, 커브, 슬라이더 등의 변화구를 구사하는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투수"라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전반기 마지막 날에 두산과 계약한 발라조빅은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입국해 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약 7월 중순에야 KBO리그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사실 후반기 외국인 투수 교체는 위험부담이 많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두산이 전반기 마지막 날,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진 건 부상 복귀 후 에이스 알칸타라의 구위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팔꿈치 부상 후 돌아오지 못한 구위
2019년 20승 3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외국인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은 두산과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됐다. 2018년 다승왕 세스 후랭코프와도 재계약이 불발됐다. 2명의 외국인 투수를 새로 뽑아야 했던 두산은 2020년 뉴욕 메츠의 유망주 출신 크리스 플렉센(시카고 화이트삭스)과 2019년 kt 위즈에서 활약하면서 11승 11패 4.01의 성적을 기록했던 알칸타라로 외국인 투수진을 꾸렸다.
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두산팬들에게는 2020년 가을야구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플렉센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그 해 20승으로 다승왕에 오르며 두산의 1선발로 활약했던 투수는 알칸타라였다. 2020년 다승왕과 승률왕,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동원상까지 휩쓴 알칸타라는 2020시즌이 끝난 후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했다. KBO리그 진출 2년 만에 '코리안 드림'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알칸타라는 일본에서 활약한 2년 동안 4승 6패 1세이브 23홀드 3.96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고,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친정' 두산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31경기에서 192이닝을 소화한 알칸타라는 13승 9패 2.67의 성적으로 믿음직한 활약을 선보였다. 두산은 작년 12월 팀의 확실한 1선발 알칸타라에게 총액 150만 달러의 계약을 안겨줬다. 하지만 올 시즌 알칸타라의 활약은 두산에서 활약했던 2020, 2023 시즌과는 크게 달랐다.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1승 1패 2.30을 기록하던 알칸타라는 4월 말 팔꿈치 염좌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후에 한 달 넘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미국 주치의가 내린 진단에서도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알칸타라는 5월 26일 KIA타이거즈전에서 복귀전을 치렀지만 3.1이닝 5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알칸타라는 6월에도 꾸준히 선발로 활약했지만 5번의 등판에서 27.2이닝 15실점(15자책) 4.88로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알칸타라는 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었지만 2이닝 6실점으로 뭇매를 맞으면서 조기 강판됐다. 시속 150km를 넘나들던 알칸타라의 빠른 공은 더 이상 타자들에게 통하지 않았고 장점이던 제구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위권의 순위경쟁을 이어가던 두산 입장에서는 언제 살아날지 모르는 외국인 투수의 부활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다. 결국 4일 새 외국인 투수 발라조빅을 영입하면서 알칸타라와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불펜투수' 발라조빅의 선발도전
캐나다 출신의 발라조빅은 1998년생으로 아직 만 25세에 불과한 젊은 투수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지명을 받은 발라조빅은 7년의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2023년 6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발라조빅은 빅리그에서 선발등판 없이 불펜으로만 18경기에 등판해 1승 2홀드 4.44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6.3개를 기록한 발라조빅은 9이닝 당 볼넷이 4.4개에 달했을 만큼 제구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발라조빅은 마이너리그 8년 동안 138경기에 등판해 478.1이닝 동안 53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9이닝당 평균 10.0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발라조빅은 올해 트리플A에서도 24경기에서 35.1이닝 동안 4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9이닝당 평균 12.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KBO리그에서도 발라조빅의 탈삼진 능력이 위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발라조빅은 빅리그에서는 물론이고 마이너리그까지 모두 더해도 최근 2년 동안 선발등판 경기가 단 4경기에 불과했다. 물론 발라조빅 역시 마이너리그 유망주 시절에는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경험을 쌓았지만 2022년 트리플A 21경기에 선발등판 해 승리 없이 7패 7.39로 크게 부진한 후 2023년부터 불펜 투수로 변신했다. 적어도 미국 무대에서는 선발투수로서 한계를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두산은 발라조빅을 불펜투수가 아닌 선발로 활용하기 위해 영입했다. 물론 두산도 2012년의 스캇 프록터를 비롯해 외국인 불펜투수를 활용했던 적은 있다. 발라조빅은 붙박이 선발 알칸타라의 대체선수로 영입했기 때문에 선발로 활약해 주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 주로 불펜에서 활약했던 발라조빅이 순조롭게 투구수를 늘려 선발진에 안착할 수 있느냐가 두산의 후반기 운명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알칸타라를 발라조빅으로 교체한 두산은 어깨를 다친 좌완 브랜든 와델 역시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로 교체할 예정이다. 현재 2021년 다승왕 에릭 요키시와 SSG랜더스의 일시 대체선수로 활약한 시라카와 케이쇼가 유력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두산의 최종선택만 남아있다. 분명한 건 알칸타라와 브랜든으로 시즌을 시작한 두산이 새로운 외국인 투수 2명으로 후반기를 시작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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