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이런 국회 보려고 투표했나

권지혜 2024. 7. 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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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이 파행으로 시작해 빈손으로 끝났다.

질문 도중 튀어나온 야당 의원의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 발언이 빌미가 됐다.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이 시작된 지 약 2시간 만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 퇴장했고 본회의는 정회됐다.

이어 3일 본회의가 개의됐지만 민주당이 주도한 '채상병 특검법'이 상정되고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에 들어가면서 예정됐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은 시작도 못하고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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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정치부 차장


22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이 파행으로 시작해 빈손으로 끝났다. 질문 도중 튀어나온 야당 의원의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 발언이 빌미가 됐다. 지난달 2일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규탄한 국민의힘 대변인 논평을 문제삼은 것인데, 이 논평에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의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북·러 동맹 조약 체결의 심각성과 이에 대응한 한·미·일의 강화된 연합훈련을 언급하며 “한·미·일 훈련이 강화돼 동맹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일본과 동맹 단계에 가는 것에 불편해하는 분들이 꽤 있고 그게 현실”이라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는 적절히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도 여기 웃고 있는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미·일 동맹이라고 했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고 비판했다.

한·미·일 동맹은 명백하게 잘못된 표현이다. 한·미와 미·일은 각각 동맹 관계를 맺고 있지만 한·일은 동맹이 아니다. 정부는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열리면 공식 자료 등에 ‘안보협력’이라는 표현을 쓴다. 문재인정부가 사드 갈등을 풀기 위해 2017년 10월 중국과 협의해 발표한 ‘사드 3불’ 입장에도 한·미·일 군사협력이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 있다. 국민의힘이 논평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쓴 건 사실이고 지적받을 만한 일이다. 본회의장에서 상대 당 의원들을 향해 정신 나갔다고 비난한 것 역시 예의 없고 품격 떨어지는 일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인정하고 사과하고 넘어갔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가 어떤 국회인가.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원들은 앉은 자리에서 서로 먼저 사과하라고 요구하더니 하나둘 단상으로 몰려 나가 손가락질하며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이 시작된 지 약 2시간 만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 퇴장했고 본회의는 정회됐다. 이어 3일 본회의가 개의됐지만 민주당이 주도한 ‘채상병 특검법’이 상정되고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에 들어가면서 예정됐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은 시작도 못하고 무산됐다. 4일 사회 분야 대정부 질문도 채상병 특검법 표결을 둘러싼 대립 탓에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정부의 물가 대책, 전세사기 피해 구제 방안 등 일상 현안을 따져 묻고 답변을 들을 기회를 놓쳤다. 아무리 대정부 질문이 맹탕 질문회가 된 지 오래라지만 그마저도 못하고 넘긴 건 정부에나 국회에나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손해다. 여야가 대정부 질문 등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한 게 지난달 27일이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싸우다 한 달 가까이 늦게 지각 출발하더니 그마저도 제대로 못하고 정쟁만 벌이다 끝난 것이다. 민주당은 의석수로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은 보이콧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무한반복의 대치가 22대 국회 내내 계속될 것 같다.

의원들끼리 막말하고 야유하는 장면은 이제 너무 익숙해서, 없으면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국회의장이 자기들 편이라 생각하고 회의 도중 “노고가 많으시다”고 외치는 의원, 국무위원 면전에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모욕 주는 의원, 발언권도 얻지 않고 자리에 앉아 쉴 새 없이 큰소리로 끼어드는 의원, 연단에 올라 국회의장에게 인사하는 문제로 실랑이 벌이는 의원, 무제한 토론을 한다더니 시작하자마자 등받이에 기대어 자는 의원. 이런 국회를 보자고 벚꽃 활짝 핀 4월에 줄 서서 투표했나. 아무래도 4년은 너무 길다.

권지혜 정치부 차장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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