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산

2024. 7. 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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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매일 저녁 자녀와 식사하는 삶
부럽지만 이루지 못하는 현실
주말이라도 꼭 실천하고 싶어

회사에서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오늘 집에 일찍 가셔서 배가 고프니 먹을 걸 좀 시켜달라는 전화였다. 부랴부랴 배달앱을 켜 아들이 원하는 짜장면을 주문해줬다. 문득 우리 아이들과는 평일에 거의 저녁을 함께한 적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공부가 우선인 한국 사회에서 가족끼리 함께 저녁을 먹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중3인 아들은 학교를 다녀오면 조금 쉬다가 5시에는 학원으로 향한다. 간식을 좀 챙겨 먹고 8시가 넘어 오면 혼자 밥을 먹는다. 다른 요일에는 6시부터 9시까지 학원을 간다. 저녁식사 시간은 고려하지 않은 일정이다. 초등학생인 딸도 영어학원이 끝나면 7시다. 일단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이가 한자리에서 밥을 먹기는 매우 어렵다. 엄마 아빠도 바쁜 일정이지만 아이들도 일정이 매우 바쁘기 때문이다. 학령기 자녀가 있는 친구들을 만나 물어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엄마 아빠는 돈 벌기에 바쁘고 아이들은 공부하느라 바쁘다. 학원을 안 다니는 자녀들은 거의 없어 한가족이 밥상머리에 둘러앉는 것은 거의 주말행사다.

지난달 영국 런던 출장길에 파리에 들러 친구를 만났다. 우아한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전문직 여성이다. 프랑스에 오랜만에 왔으니 프랑스식 저녁식사를 만들어주겠다고 집으로 초대했다. 기차를 타고 파리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조용한 마을에 있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집이었다. 영어를 조금 하는 고등학생 딸과 아직 영어가 서투른 중학생 딸이 수줍게 인사를 했다. 프랑스 사람처럼 와인과 소시지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다가 식탁에 둘러앉았다. 친구가 만들어준 프랑스 치즈와 양파가 잔뜩 들어간 닭고기 요리, 후식으로 나온 커다란 에클레와 치즈까지. 소박하지만 정성이 들어간 식사였다. 딸들도 저녁 시간 내내 함께 앉아 엄마 아빠와 한국에서 온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듬거리는 영어지만 한국에서도 블랙핑크가 인기가 많은지도 물어보고 한국 드라마도 많이 보고 있다는 딸이 귀여웠다. 그날 저녁의 화제는 최근 있었던 유럽의회 선거 결과부터 다가오는 올림픽에 대한 걱정,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녀의 인터넷 이용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둘째 딸이 좋아하는 K팝 아이돌 BTS와 블랙핑크에서부터 한국 드라마까지 정말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다. 불어와 영어가 함께하는 대화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의 4시간 동안이나 즐겁게 웃고 떠들었다. 다 알아듣지는 못해도 한국에서 온 엄마 친구랑 나눈 대화는 그 아이들의 마음속에 어떻게 남았을까. 아이들에게 손님이 와 함께 저녁을 한 건지 아니면 부모와 매일 저녁을 먹는지 물었다. 동네 친구 모두 저녁은 부모와 함께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녀와 매일매일 저녁을 함께하는 삶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친구는 지금 일을 잠시 쉬고 있어 매일 요리를 하지, 일할 때는 매일 요리를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리는 못해도 가족끼리 저녁식사는 웬만하면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했다.

그들의 삶을 보며 나의 삶을 생각했다. 자녀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삶을 배운다. 가치관은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의 행동을 보고 자랄 때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다. 최근 교회에서 진행한 부모교육에서 강사가 역사적으로 유명한 위인들의 자녀가 잘된 경우는 많지 않다고 했다. 세계적인 위인들은 정말 중요한 일을 매일 밖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정작 자녀와 만날 시간이 없었다는 거다. 자녀들은 집사나 가정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부모의 지혜를 물려받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 대신 학원 선생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가. 엄마 아빠의 가치관, 삶에 대한 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 사람의 기본적인 도리일 것이다. 가족이 매일 모여 담소를 나누며 부모의 지혜와 자녀의 고민을 나누는 삶. 내가 일에 빠져 진짜 중요한 걸 잊고 있던 거는 아닐까. 매일은 어렵겠지만 주말이라도 꼭 실천해보리라.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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