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힙머니가 되었네

2024. 7. 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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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하다 보면 '힙'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힙스터(Hipster)는 유행을 좇는 사람, 최신 정보통 등으로 영어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한동안 '힙하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질 때 '힙한' 아이템 하나가 나의 구매 욕구를 불 질렀다.

그러고는 나를 가리키며 "저 할머니!"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할머니가 아니라 힙(Hip)머니가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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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SNS를 하다 보면 ‘힙’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힙스터(Hipster)는 유행을 좇는 사람, 최신 정보통 등으로 영어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hip’이라는 어근에 ‘하다’라는 접사가 붙어 자유롭고 개성적인 사람을 뜻하는 의미로 형용사처럼 쓴다. 한동안 ‘힙하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질 때 ‘힙한’ 아이템 하나가 나의 구매 욕구를 불 질렀다. 모 브랜드의 ‘슈퍼스타 시리즈’ 중 하나인데 앞코가 갈퀴처럼 갈라진 모양의 스니커즈였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데 “지름신이 오실 때는 기쁘게 영접하라”며 부추기는 동생의 말에 홀려버렸다. 어쩌면 동생이 부추겨 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어때? 나도 힙해 보이냐?” 운동화를 신고 전신거울 앞에 선 나를 보고 동생이 어깨를 으쓱했다.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났다. 쇼핑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다섯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를 보더니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나를 가리키며 “저 할머니!”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난생처음 할머니라는 소릴 들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동생도 “풉!” 하고 웃어버렸다. 아이의 엄마는 난처해하며 아이를 조용히 타일렀다.

그러나 우리들은 안다. 아이들은 느낀 대로 투명하게 말한다는 걸. 가장 당황스러워하는 쪽은 아이의 엄마였다. 아이는 엄마가 가볍게 꾸중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어른들도 뭔가 재밌어한다는 걸 눈치 챈 모양이다. 또 한 번 나를 보더니 “할머니”라고 못 박았다. 도대체 나의 어떤 모습이 할머니로 보인 걸까? 동안이니 노안이니 하는 외모 평가에 태연할 줄 알았는데 할머니라는 말은 듣기 싫었나 보다. 우스우면서도 내심 섭섭했다. 게다가 그날은 힙한 운동화까지 신은 날 아닌가.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동생이 한마디 했다. “할머니가 아니라 힙(Hip)머니가 되었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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