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공정한 판단을 내리려면

2024. 7. 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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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매 순간 판단을 내립니다.

사람을 판단할 때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치우침도 없는 공정한 기준이 있습니까? 우리는 대체로 한 사람에 대한 경험에 근거해 판단을 내립니다.

한 사람의 온전한 속마음이 고려되지 않으면 판단이 외모에 근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의 특정한 시기를 과장하고 그 사람의 특정한 저술을 과장하고 그 사람의 특정한 발언을 과장하고 그 사람의 특정한 행위를 과장해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면 부당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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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수 전주대 교수·선교신학대학원장


모든 사람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매 순간 판단을 내립니다. 판단 대신 선택이란 단어로 바꿔도 좋습니다. 실시간 진행되는 판단은 누구도 저지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적정하고 공정한 판단이 아니라 과도하고 불공정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판단의 과도함과 불공정은 판단의 편협한 기준 선택에서 시작되고 적용 범위의 과도한 확대에서 극에 달합니다.

사람을 판단할 때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치우침도 없는 공정한 기준이 있습니까? 우리는 대체로 한 사람에 대한 경험에 근거해 판단을 내립니다. 경험이 적고 얕을수록 판단의 오류는 커지고 경험이 많고 깊을수록 판단이 더 올바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고 깊은 경험을 가져도 사람의 속은 여전히 모릅니다. 경험이 담아낼 수 있는 존재의 영역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온전한 속마음이 고려되지 않으면 판단이 외모에 근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판단할 때 자신의 경험에 머물지 않고 판단의 범위를 과도하게 넓힌다는 것입니다. 몇 번의 만남과 대화에 근거해 상대방의 인생 전체를 평가하고 존재에 성급한 등급도 매깁니다.

정의의 일반적 개념은 한 사람이 가진 내재적 가치에 부합한 몫을 그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특정한 시기를 과장하고 그 사람의 특정한 저술을 과장하고 그 사람의 특정한 발언을 과장하고 그 사람의 특정한 행위를 과장해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면 부당한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부당함은 곳곳에서 광기를 부립니다. 동일한 시대 안에서도 다양한 학파가 있습니다. 동일한 학파 안에도 다양한 사람이 있습니다. 동일한 사람이 쓴 다양한 책이 있습니다. 동일한 책 안에도 다양한 입장이 있습니다. 동일한 페이지 안에도 다양한 생각이 있습니다. 하나의 생각 덩어리 안에도 다양한 문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시대나, 한 분파나, 한 사람이나, 한 권의 책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제가 좋아하는 신학자로 장 칼뱅이 있습니다. 그러나 칼뱅이 썼다는 이유로 그의 모든 저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어떤 책을 특별히 좋아해도 그 책의 내용 전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책의 특정 섹션이 아무리 달콤해도 그 섹션의 모든 문장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판단의 정확성, 객관성, 정당성을 위해서는 아주 작은 단위까지 분별하는 게 좋습니다. 한 사람은 우주와 같습니다. 우주 하나를 통째로 취하거나 버리는 것은 의롭지 않습니다. 그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을 구별하고 분야별로 고유한 기준을 적용해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버릴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리 몹쓸 사람처럼 보여도 쓸모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기호를 과도히 존중해 하나의 기호를 확대하는 범주의 오류를 종종 범합니다. 말투 하나만 싫어도 한 사람 전체를 싫어하고, 한 사람과만 충돌해도 그가 속한 공동체 전체를 비난하고, 공동체 하나가 미울 뿐인데 그 나라와 민족을 통째로 버리는데, 그러지 마십시오.

종교는 한 민족이나 나라에 양심과 같습니다. 교회는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의 기준을 제시할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울은 교회가 세상을 판단하고 하늘의 천사도 판단할 것이라고 말합니다(고전 6:2~3). 이것은 교회가 온 세상과 천사보다 잘났다는 뜻이 아니라 하늘과 땅을 판단할 기준이 돼야 한다는 무서운 책임감을 부여하는 말입니다. 세상과 천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교회가 올바른 기준이 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때로 세속적 윤리관의 평균치에 이르지도 못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만이 하늘과 땅의 유일한 기준이 되신다는 사실에 고개를 숙입니다.

한병수 전주대 교수·선교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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