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선거를 하는 이유

김현예 2024. 7. 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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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예 도쿄 특파원

#아침 기온이 30도를 넘겨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가 덮친 4일 오전 8시 30분경,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 후타코타마가와역 앞. 교복을 입고 란도셀 가방을 멘 아이들,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줄줄이 개찰구를 빠져나온다.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던 사람들의 표정이 일순 멈칫한다. ‘한 사람’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활짝 웃는 얼굴로 엽서 크기의 홍보물을 건네는 이는 오는 7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렌호(56·무소속) 참의원. 마이크를 잡은 선거 운동원은 “웃니 우니 해도 이젠 선거가 사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에 대항해 입후보한 렌호입니다!”라며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 출신으로, 내리 3선을 노리는 고이케 지사에 맞선 그는 선거 초반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 뉴스 앵커 출신이라는 점과 해외 경험까지 겹치는 두 스타 정치인을 앞세운 여야 대결이 성사됐기 때문이었다. 야당 지지자들의 표집결을 위해 탈당 카드까지 쓴 렌호는 “한 분이라도 더 정책을 알리고 싶어 나왔다”며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지만, 홍보전을 지켜보는 내내 정작 그가 어떤 선거 공약을 내놓은 것인지 단 한 번도 들을 수 없었다.

오는 7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렌호 의원이 4일 도쿄의 한 역 앞에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아직 모르겠어요.” 지난 3일 밤, 60대 남짓한 도쿄의 한 택시운전사는 선거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쿄 도민으로 이번에 한표를 행사할 수 있지만, 무려 56명이 대거 나선 이번 선거도, 후보들도 모두 탐탁지 않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고이케 지사가 당선되면 3선인데, 그러면 12년간 도지사를 하는 거잖아요. 작은 나라의 한 해 예산과 도쿄도 예산이 맞먹는다면서요. 방송에선 고이케 지사가 또 당선될 것 같다고 하던데, 뭐든 한 사람이 오래 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자기 마음대로 하지, 정작 도민들은 신경 안 쓰잖아요. 솔직히 왜 선거를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도쿄도는 한해 약 8조엔(약 69조원)대 예산을 쓰지만 지난 8년간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선거 유세장을 다녀오면서 선거는 왜 해야 하느냐는 간밤 택시 운전사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서민들의 아우성을 정권이 바뀌고 또 바뀌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쟁에 푹 빠진 우리네 정치 풍경과 겹쳐 보여서다. “왜 25만원만 주냐, 100억 주지” 같은 말다툼, 탄핵과 같은 날 선 단어들만이 휘몰아치는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은 우리를 정치 불신으로 내몰고 있지 않나. 선거, 왜 해야 하나.

김현예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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