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野 강행처리에 여야 갈등 최고조…개원식도 연기

김은지 2024. 7. 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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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의석 활용해 필리버스터 강제종료
與 불참 속 '찬성 189표' 특검법 가결에
결국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불가피
대정부 질문은 사흘 연속 파행 마무리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무제한토론 종료 표결이 진행하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을 둘러싸며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다시 넘었다. 거야의 특검법 재강행에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여야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다. 국회 개원식까지 연기되면서 향후 극한 대치의 출구를 찾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전날 오후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토론)를 약 26시간 만에 강제 종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의 건을 상정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석 앞으로 나와 강하게 항의했고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여당은 "토론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계속 이어갔지만 의석 수 열세로 사실상 속수무책의 상황이 연출됐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국회의장이) 왜 중단해서 사달을 만드느냐" "국회의원 발언권을 의장이 보장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기본 권리다. 국민의 대표로 이 자리에 서서 발언을 하고 있다"는 등 '항의 목소리'가 계속해 터져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토론종결 동의의 건' 상정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퇴거명령'이라고 적힌 피켓팅을 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1시간이 넘는 대치 끝에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토론종결 동의의 건은 표결에 부쳐졌다. 필리버스터는 개시 후 24시간이 되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종료 의결을 할 수 있다. 투표 결과 재석 188명 중 찬성 186명, 반대 2명으로 필리버스터가 종료됐다. 우원식 의장은 곧장 채상병 특검법 표결에 나섰다. 채상병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재석 인원 190명 중 189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야권 단독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채상병 특검법 표결에도 불참했는데, 여당 의원 중 안철수 의원은 표결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고, 김재섭 의원은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6명이 불참했지만 야당이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이다.

이는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 28일,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채상병 특검법이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지 '37일'만이다. 민주당은 이후 단 '이틀(30일)'만에 채상병 특검법을 1호 당론법으로 재발의했으며, 재발의 22일만에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는 등 '초고속' 처리 수순을 밟아왔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은 21대 때보다 내용이 보강됐다.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행사 의혹을 규명하는 것에 더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외압 의혹도 포함하는 등 수사범위가 확대됐다. 또 민주당만 가졌던 특검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에도 부여해 조국혁신당 등이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하게 하는 내용도 담았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의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채상병 특검법 통과의 여파로 국민의힘은 장외에서도 거센 항의를 이어갔다. 결국 국민의힘은 이튿날인 5일 예정된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조준해 "적반하장"이라고 맞받았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종결동의의 건 제출 후 24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그 즉시 토론을 중지시킬 권한과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우 의장은 토론 중인 의원의 발언을 강제로 중단시켰다"며 "소수당에 대한 탄압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의 개원식 불참 선언과 함께 통상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는 대통령의 불참도 공식 요청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는 현실에서 국회 개원식은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사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 번도 없다. 국회의장실도 "개원식 일정은 추후 확정 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에 따라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거부권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시한을 모두 채울 경우, 다다음주 중 특검법은 국회로 되돌아오고 재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순직 1주기인 오는 19일에 맞춰 재표결 절차까지 끝낸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준 모습은 참담하다. 정당한 필리버스터 강제종료 표결을 물리력을 동원해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특검이 통과되자마자 적반하장격으로 이미 여야 합의가 이뤄진 국회 개원식 불참을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뇌관은 채상병 특검법 뿐만이 아니다. 야권은 다음 열릴 임시국회에선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및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여야 대치가 더 극한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재명 전 대표 수사 검사 등을 둘러싼 탄핵소추안을 두고도 정쟁이 격화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비위검사'로 규정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발의했고 이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돼 법제위원회로 회부됐다. 법사위는 해당 검사들을 상임위원회로 불러 위법 여부를 직접 조사하고, 탄핵안의 적절성 등을 심사해 본회의로 회부할 전망이다. 22대 국회 개원 후 처음 열린 대정부질문(2~4일)도 여야의 충돌로 인해 사흘 연속 파행 사태를 맞은 채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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