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스토리텔링이 사람을 죽인다
원시인 때부터 길러진 생존본능일까. 누군가 눈앞에 등장하면 최대한 빠르게 결정을 내리려고 한다. 저 자가 적(敵)인가, 아니면 아군인가. 일단 판단을 행동에 옮기고, 그 이후엔 기정사실로 만들려고 한다.
공포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는 인간들의 이런 오해와 착각이 어떤 결과를 빚을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주인공은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 “사람은 착한” 두 남자는 서로가 “미남 스타일”이라고 믿지만, 외부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도시에서 놀러 온 젊은이들과 경찰 눈에 이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사이코 살인마’다.
“관상은 과학이다! 과학!” “딱 생긴 게 범죄자 몽타주들 아니냐?” 이들은 재필과 상구가 보이는 움직임 하나하나를 무시무시한 범죄 행동으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오해가 오해를 부르면서 모두가 걷잡을 수 없는 엉망진창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 과정을 보노라면 헛헛한 웃음과 함께 등골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핸섬가이즈’에서 내가 본 것은 스토리텔링의 섬찟함이었다. 단지 범상치 않은 인상일 뿐인데 사람들은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저들이 우리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죽이기 위해서야.’ 이런 ‘묻지 마’ 식의 스토리텔링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한다.
우린 너무 쉽게 이야기를 요리해낸다. 레시피가 궁금하다고? 두세 개의 식자재(단서)만 있으면 된다. 우리 자신의 편견과 선입관에 버무려서 딱 먹기 좋게 만든다. 여기에 논리적으로도 그럴 듯하다면 금상첨화다.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구먼! 아귀가.”
그런데 생각해보라. 세상일이라는 게 어디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던가. 아귀가 맞는다는 생각이 들 땐 그릇되게 판단하고 있진 않은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잊지 말자. 여러 사람이 함께 잘못된 스토리텔링을 하면 현실이 공포가 된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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