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피고들 패색 짙자 길거리싸움 걸어와”
이원석 검찰총장이 4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 “검찰은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월례회의에서 세 가지를 당부하며 이런 메시지를 냈다. 월례회의에는 대검 간부들이 전원 참석한다. 발언 요지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도 게시됐다.
이 총장은 “검사 탄핵은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패색이 짙자 법정 밖에서 거짓을 늘어놓으며 길거리 싸움을 걸어오고,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법정을 안방으로 들어옮겨 자신들의 재판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인을 도맡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iudex in causa sua)’는 법언을 들지 않더라도, 이는 사법부의 재판권과 행정부의 수사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검찰 구성원들은 위법하고 부당한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당당하고 품위 있게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또 최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찰 개혁’과 관련해 “형사사법제도는 섣부른 실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계곡 살인’과 ‘세 모녀 전세 사기’ ‘MZ 조폭 호텔 난동’ 사건 등의 수사 검사를 거명한 이 총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억지로 분리해 이처럼 밤낮없이 헌신하는 검사들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만들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사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민주당과 검찰 간 갈등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 내부에는 “검찰청을 해체하고, 개별 검사는 탄핵하려는 민주당의 폭력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맞서야 한다”(검찰 고위 관계자)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도 “특정인을 수사했다고 탄핵으로 몰고 가는 건 헌법이 정하는 권력분립의 대원칙에 어긋나는 입법권과 탄핵소추권 남용이다. 저도 언제 탄핵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내부망에는 그간의 무관심을 자성하거나 함께하겠다는 평검사들의 게시글과 댓글이 이어졌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탄핵 검사 청문회’가 현실화할 경우 전면전으로 치달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대응 방안을 고심하는 가운데, 청문회가 사실상 검사 ‘망신주기’로 흐를 수 있는 만큼 불출석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탄핵의 위법성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따질 일이고, 청문회는 민주당이 판을 짜고 기다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대검 관계자는 “(청문회에) 출석했을 때 탄핵 사유를 둘러싼 논리적 공방이 아니라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공격이 난무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진우·김정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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