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공영방송, 흉기라 불려”…야당 “임명하면 탄핵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4일 환경부 장관 후보에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금융위원장 후보에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을 지명하는 등 3개 부처 장관급과 7개 부처 차관급 개각을 단행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금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 차관을 “금융 정책과 거시경제 정책을 담당한 정통 경제 금융 관료”라고 소개했다. 김 후보는 행정고시 37회로 현 정부의 첫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다. 김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두 차례에 걸쳐 윤 정부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등 국정 철학 이해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행정고시 36회인 김 후보자는 기재부 사회예산심의관과 예산실장을 역임했다.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은 김홍일 전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지난 2일 사임한 지 이틀 만이다. 이 후보자는 지명 소감에서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 공영방송(MBC·KBS·EBS) 이사를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이사 교체 의지를 밝혔다. MBC에서 사회부·국제부·문화부를 거쳐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이 후보자는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이 후보자는 빽빽한 A4용지를 들고 나타나 6분30초간 읽어내려갔다. 이 후보자는 “어떤 불법적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은 전임 방통위원장 두 분이 석 달과 여섯 달 만에 직에서 물러난 걸 목도하고 지명돼 마음이 무겁다”고 운을 뗐다. 민주당의 방통위원장 탄핵 시도를 “정치적 탄핵”이라 규정한 뒤 “방송은 지금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라 불린다. 특히 공영방송이 그런 비판을 받는다”며 자신의 친정인 MBC에 날을 세웠다. 이 후보자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등에 대해 “가짜 허위 기사로, 현 정부가 방송 장악을 시도했다면 이런 기사가 가능했겠느냐”며 “공영방송 다수 구성원이 민주노총 조직원으로 공영 언론은 노동 권력에서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의 맞불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8월 중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과 KBS 이사진을 교체하고 나면 본인도 탄핵될 거라 각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 전부터 탄핵을 예고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은 공동 긴급 성명에서 “내정자 신분에서 방송사 보도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편성권 침해이자 공정성을 훼손한 위험한 발언으로, 이미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임명한다면 탄핵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연원정 인사제도비서관, 김범석 경제금융비서관, 박범수 농해수비서관, 용호성 문체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을 각각 인사혁신처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문체부 1차관에 내정했다. 농촌진흥청장에는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이, 산림청장에는 임상섭 산림청 차장이, 국립중앙박물관장에는 김재홍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박태인·김정재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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