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 ‘채상병특검법’ 강행…반쪽 개원식 우려되자 연기도
‘채 상병 특검법’이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1대 국회 막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본회의 재의결에서 부결돼 폐기된 특검법은 37일 만에 정부 이송 절차를 다시 밟게 됐다. 대통령실은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얼어붙은 정국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특검법 본회의 표결은 안철수·김재섭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퇴장 속에 진행됐다. 참석 의원 190명 중 189명이 찬성했고, 1명이 반대했다. 안 의원은 찬성표, 김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여당 내에선 안 의원을 겨냥해 “당론을 어긴 사람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의 특검법 상정 강행에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활용해 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 국회법상 동의서 제출 24시간 뒤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으로 토론을 종료시킬 수 있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4시43분쯤 “의사 정리 권한은 의장에게 있다”며 종결 표결을 선언했다. 민주당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우 의장은 186명의 찬성으로 필리버스터를 종결시켰다.
곧이어 채 상병 특검법이 표결에 부쳐졌다. 예정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은 무산됐다.
민주당이 속도전에 나서 ‘4일 통과’를 밀어붙인 것은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7월 19일에 맞춰 재의결 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노림수다. 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거부권 행사와 1주기가 겹칠 경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민주당 재선 의원)이라는 게 야권의 전망이다.
특검법 내용을 두고도 논란이 적지 않다. 여당에선 “진실규명이 아닌 정쟁을 목표로 한 독소 조항이 가득한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검법은 더 독해졌다는 평가다. 당초 민주당만 가졌던 특검 후보 추천권을 비교섭단체에 부여해 조국혁신당 등이 후보를 추천할 길을 열었다. 대통령이 특검을 추천하지 않으면 추천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여당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할 수 있다’는 조항(12조)도 “정치 공세를 위한 독소 조항”이라고 본다.
결국 여당은 마지막 특검법 반격 카드인 대통령 거부권에 기대야 한다. 정국의 초점이 ‘108석 여당의 단일대오’에 쏠리는 이유다. 만약 여당 이탈표와 야권표를 합쳐 200표(재적 3분의 2)를 넘으면 대통령의 거부권마저 재의결 과정에서 무력화될 수 있다.
채 상병 특검법이 의결된 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22대 국회 개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개원식 축하 연설을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후 국회의장실은 “5일 예정이던 개원식이 연기됐다. 일정은 추후 확정하겠다”고 공지했다.
손국희·김정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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