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떻게 하든지'로는 의료사태 못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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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에서 '어떻게 하든지'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복지부에 전공의 미충원 대책이 존재하는가"라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질문에 그는 "많이 늦었지만, '어떻게 하든지' 전공의들이 복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동문서답했다.
조 장관은 청문회에서 "(전공의 대책을) 의료개혁 특위에서 빨리 논의해서 발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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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에서 '어떻게 하든지'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복지부에 전공의 미충원 대책이 존재하는가"라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질문에 그는 "많이 늦었지만, '어떻게 하든지' 전공의들이 복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동문서답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이 끼어들어 '어떻게 하든지'가 어떤 대책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법적인 부담을 '어떻게 하든지' 완화하려는 것이 하나이고…"라고 동어반복했다. 결국 박 위원장조차 "'어떻게 하든지' 완화하겠다는데 그 '어떻게'가…(구체적으로 무엇인가)"라고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조 장관은 청문회 일주일 뒤인 지난 2일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전공의 미충원 대책을 '어떻게 할지' 여전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는 이미 수없이 했던 말만 또 했다.
복지부는 의료공백 사태 초기부터 브리핑 때마다 "전공의 이탈 대책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설명을 반복했다. 그러나 조 장관의 '어떻게 하든지' 청문회는 정부가 솔직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조 장관은 청문회에서 "(전공의 대책을) 의료개혁 특위에서 빨리 논의해서 발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다.
정부는 의료개혁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사태를 해결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솔직해져야 한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에게 발령한 온갖 명령 등의 강경책, 그리고 그들이 원하지 않는 유화책은 지난 넉달 간 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통하지 않을 상황임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어떻게 하든 간에' 전공의를 움직일 수 없다면, 정부는 '어떻게 하든지'의 대상을 필수의료 전체의 붕괴 방지로 바꿔야 한다. 필수의료 붕괴 방지가 목표가 되면 선택지가 두 가지로 늘어난다. 하나는 전공의가 요구하는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수용해서 복귀시키는 것이다. 이 선택을 안 한다면, 다음 선택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전공의 없는 필수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국민은 이미 겪기 시작한 상급의료기관 진료 공백의 불편과 피해를 장기간 감당해야 한다. 내년부터 증원하는 의대 신입생들이 전문의를 취득할 때까지 10여년간 국민과 환자가 정부를 흔들림 없이 지지해 줘야 '전공의 없이 시작하는 의료개혁'을 완성할 수 있다.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추구하는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받아야 한다. "중환자는 전세기를 태워 외국으로 보내서라도 치료하겠다" "해부실습용 카데바가 부족하면 수입하겠다"는 식의 허황한 임기응변은 조 장관 청문회 때처럼 결국 드러나게 된다. 이런 상황이 거듭되면 국민은 지지를 철회하고 의료개혁은 동력을 잃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 의료체계는 고치다 만 건물처럼 손대지 않은 것보다 못한 최악 상황이 된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일괄 사직 장기전을 예상하지 못했다. 따라서 대책도 준비하지 않았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의료사태 해결의 시작점은 여기이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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