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항명'이란 신원식 국방장관 발언, 법적 책임 묻겠다"
[김도균 기자]
▲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유성호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 "어제 대통령실 운영위 회의에서 '본질은 항명이다'라고 대통령 비서실장이 얘기했는데 동의하십니까?"
신원식 국방부 장관 : "동의합니다."
박 의원 : "그걸 물은 거예요. 그럼 자신 있게 다시 한 번 얘기해 보세요."
신 장관 : "동의합니다."
박 의원 : "항명입니까?"
신 장관 : "그렇습니다."
지난 2일 열린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의 본질은 항명이라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에 동의하느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두 차례에 걸쳐 "동의한다"고 밝혔다. 신 장관은 '항명인가'라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직권남용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박정훈 대령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도 했다.
보통군사법원장을 직속 부하로 두고 있는 현직 국방부 장관이, 현재 군사법원에서 진행 중인 박정훈 대령 재판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건의 본질은 '박정훈 대령의 항명'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이다. 때문에 신 장관의 해당 발언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군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을 뿐더러 '위법적'인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군 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진 전 해병대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한 재판은 지난해 12월 첫 공판이 열린 이래 지난 6월 제5차 공판까지 진행됐다. 군 검찰은 박 대령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해 항명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박 대령은 명시적인 이첩 보류 지시는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박정훈 대령 측, 공수처 진정서 제출... "신 장관 발언 명령으로 이해할 수도"
이에 따라 신 장관의 발언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박정훈 대령의 법률대리인이었고, 현재 채 상병 소속부대장이었던 이용민 중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경호 변호사는 4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신원식 장관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함부로 '항명'이라고 발언했다"면서 "자신의 직속부하인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장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직접 그리고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내용을 발언했으므로 그 책임이 작지 않다"고 성토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신원식 장관의 발언에 법적 책임도 묻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19조 "군인은 입영하거나 임관할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선서하여야 한다"는 규정과 같은 법 24조 '명령 발령자의 의무' 제1항 "군인은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반하는 사항에 관하여 명령을 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을 들었다.
김 변호사는 "직속상관인 국방부 장관이 '박정훈 대령은 항명을 했다'고 말하는 순간, 부하인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장은 이를 장관의 명령으로 이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원식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발언한 것은 그 장소의 성격상 절대 개인적 의견이라고 얘기할 수 없고, 부하들은 신 장관의 말을 국방부의 공식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비판이다.
그는 더 나아가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이 내성천에서 한 말을 부하들은 천금과 같은 명령으로 받아들였다"면서 "신원식 장관의 답변이 박정훈 대령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은 임 전 사단장이 '명령이 아니고 지도였다'고 얘기하는 것과 그 본질이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국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을 임명한 사람만 보겠다는 태도"라면서 "주권자 국민 중 한 명으로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물러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정을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신원식-정진석, 항명죄 유죄 판결하라는 '환상의 팀플레이'"
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사망사건진상규명TF 단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3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국방부 장관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재판중인 사안에 '박 대령의 항명이 맞다'고 대놓고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는 이런 모습은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만약 군사법원이 장관과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안 따르면 그것도 항명이라고 우길 것인지 되묻고 싶다"면서 "나라의 격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셈인가"라고 질타했다.
국방위원회 소속 부승찬 의원 역시 "지휘관의 간섭을 배제하자는 것이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의 핵심 취지인데 신원식 국방장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군사법원법 그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했다"라며 "이들은 국회까지 와서 사실상 군사법원에 박정훈 대령을 항명죄 유죄로 판결하라는 '환상의 팀플레이'를 펼쳤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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