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탄소중립 파고 넘는 재생에너지 정책

2024. 7. 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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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용(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

기후위기 극복 위한 국제합의
한국 포함 세계 140개국 참여

EU, 미흡하면 불이익 주는
각종 제도 2026년부터 본격화

재생에너지 비율 낮은 한국 경제
체계적 이행 정책 절실하다

탄소중립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전 세계 140개국 이상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대한민국도 2020년 말 참여했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탄소중립 전환은 경제 구조와 관행을 바꾸기 때문에 비용 상승과 경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선도적이라는 것은 앞서가는 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 세계가 동시에 탄소중립 전환에 참여해야 효과적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잘 사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와 적게 배출하는 나라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국가 간 합의를 만들고 지키기도 어렵다. 따라서 탄소중립을 이루려는 국제사회는 개별 국가들의 탄소중립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몇 가지 장치가 제안돼 작동되고 있다. 대표적인 장치가 ‘재생에너지 전기 100%(RE100)’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라고 할 수 있다.

탄소중립 전환에 적극적인 국가는 비용 상승으로부터 자국 경제를 보호하고 탄소중립 기술을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려 한다. 이에 탄소중립이 미흡한 국가의 제품에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CBAM 제도가 도입됐다.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선 유럽연합(EU)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기, 수소 제품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CBAM을 시험 도입했으며,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하고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수출품 대부분이 이에 해당해 무역의존도가 85%인 우리나라 수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국가가 주도하지는 않지만 민간 영역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제도가 RE100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TV토론 질문 덕분에 유명세를 치렀다. 그렇다고 RE100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이 충분히 공유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RE100은 기업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탄소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로 100% 생산하자는 캠페인이다. 캠페인이란 단어는 이것이 민간 영역의 자발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강조함이다. 그런데 자발적인 활동이라고 해서 따라도 좋고 안 따라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유명 기업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430개 기업이 참여 중이고 국내에도 SK그룹, LG에너지솔루션 등 36개사가 가입해 있다. RE100에 가입하면 일정한 계획에 따라 연도별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율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9% 정도로 OECD 국가 평균의 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전기를 사용해 기업들이 RE100을 준수하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이러한 고민은 RE100에 가입한 기업만의 것이 아니다. RE100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RE100 기업에 납품하는 많은 수출 중소기업도 RE100 기준을 맞추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최근 무역협회 보고에 의하면 수출기업 610개 중에서 16.7%가 국내외 거래업체에서 RE100 이행을 요구받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개별기업이 재생에너지 생산이 어려운 여건에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이유가 온실가스 발생을 저감하자는 목적이니 무탄소 전원을 사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국제사회에 호소한다. 여기에서 무탄소 전원이란 원자력발전과 재생수소에너지 등을 포함한다.

물론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상황이다. 노력은 필요하지만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 우리 수출 경제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어 걱정이다. 아쉽게도 우리가 국제사회의 룰세터가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이 발표됐다. 확정 전까지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예상된다. 계획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2030년 21.6%, 2038년 32.9%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목표가 대한민국 수출 경제가 RE100과 CBAM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인지 잘 검토해야 한다.

이에 더해 수출기업의 경제활동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 정책과 제도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일단 정해진 목표는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촘촘하고 체계적인 이행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윤제용(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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