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쿠팡, 조작인가 마케팅인가

2024. 7. 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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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한 데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소유의 직매입 상품(로켓배송)과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의도적으로 검색 상단에 노출했다는 이유다.

공정위가 조작했다고 주장한 쿠팡의 상품은 대형식품사의 반값 수준인 생수, 쌀, 물티슈 같은 PB상품이었다.

공정위 논리라면 4억개에 달하는 오픈마켓 상품 모두 검색 상단에 상시 노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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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에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한 데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소유의 직매입 상품(로켓배송)과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의도적으로 검색 상단에 노출했다는 이유다. 쿠팡이 4억개에 달하는 오픈마켓 상품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공정위가 ‘조작’이라고 말한 부분이 ‘정상적인 마케팅’의 일부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유통업체가 온라인에서 소비자 판매량, 클릭순, 구매율 등을 기준으로 상품을 정렬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이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인지도는 낮지만 가성비가 좋은 PB상품, 신상품, 계절성 상품 등이다. 이럴 때 마케터가 나선다. 아이폰15 상품은 출시하자마자 검색 상단에 보여줘야 한다. 안 그러면 소비자 불만과 민원이 속출한다. 하지만 공정위 판결문에 이런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자사 차별점을 강조하는 판촉 행위다.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고 구매토록 이끄는 것이다. 첫 페이지에 특정 제품을 노출하고, 맞춤형 광고로 소비자가 관심 있는 제품을 보여주는 알고리즘은 고유 기술이자 차별적 역량이다. 알고리즘 조작과 알고리즘을 소비자의 잠재 욕구에 따라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의미가 매우 다르다. 공정위가 조작했다고 주장한 쿠팡의 상품은 대형식품사의 반값 수준인 생수, 쌀, 물티슈 같은 PB상품이었다. 요즘 소비자는 10원이라도 싼 상품이면 검색 랭킹 상·하단에 상관없이 무조건 찾아 구매한다. 반대로 가격이 비싸고 품질이 안 좋으면 검색 상단에 있어도 사지 않는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공정위 논리라면 4억개에 달하는 오픈마켓 상품 모두 검색 상단에 상시 노출돼야 한다.

애플, 삼성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은 전 세계 웬만한 유통업체보다 협상 우위에 있다.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엔 ‘애플이 제공하는 키워드로 미노출이 되면 할당 우선순위가 하락해 추후 상품 입고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쿠팡 자료를 인용한 대목이 있다. 잘 팔리지 않으면 글로벌 브랜드 상품을 더 받을 수 없다. 전 세계 유통업체들은 인기 많은 글로벌 브랜드를 더 추천할 수밖에 없다. “임직원이 상품평을 썼다”는 점은 논란 소지가 분명히 있다. 소비자의 실망감도 있었다. 그러나 임직원의 리뷰는 전체 PB상품 리뷰의 0.3%에 그친다. 평점을 1점 매기고 “정말 맛없다” “추천 못한다”는 임직원 리뷰 또한 상당수라는 사실도 공정위는 밝히지 않았다. 악플 수준의 임직원 리뷰도 조작이라 보긴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건은 쿠팡을 넘어 마케팅 자체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할 이 업계가 ‘상품 추천’이나 ‘상품 진열’을 숨죽인 채 일률적인 ‘판매량’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이번 일로 유통업과 마케팅이 망가지면 누군가는 웃겠지만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이고 망가지는 것은 기업 경쟁력이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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