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

우성규 2024. 7. 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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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이면 족하다.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돌아보는 산책이다.

감리교회는 이 때문에 1884년 7월을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의 시작으로 여긴다.

길게 이어진 면발을 비비며 1884년 7월 고종의 선교 윤허를 시작으로 9월 알렌의 입국, 이듬해 4월 부활주일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의 제물포 입항 등 계속해서 이어질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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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종교부 차장


한 시간이면 족하다. 점심시간을 이용해도 좋다.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돌아보는 산책이다. 서울 중구 덕수궁 뒤편 중명전(重眀殿)에서 시작한다. 밝을 명(明)이 아닌 밝게 볼 명(眀)을 쓰는 중명전이다. ‘광명이 거듭 이어져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기자와 동행한 태동화 기독교대한감리회 선교국 총무가 설명한다.

“1905년 이곳 중명전에서 을사늑약이 체결돼 망국을 알리게 됩니다. ‘거듭하여 밝다’란 집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암울한 역사가 있던 곳입니다. 그럼에도 광명이 그치지 않기 위해선 두 눈 똑바로 뜨고 역사를 밝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종이 집무실로 쓰기 전 이곳은 1884년 9월 내한한 미국 장로교 의료선교사 호러스 N 알렌의 집터였다. 알렌 이전엔 1884년 6월 내한한 감리교 일본선교사 로버트 S 매클레이가 당시 루시어스 H 푸트 미국 공사에게 요청해 감리교 선교부지로 준비한 장소다. 교단 공식 파송이란 합법적 절차를 거쳐 그해 6월 23일 제물포에 도착한 매클레이 선교사는 김옥균을 통해 고종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7월 2일 교육과 의료 부문에서 선교해도 좋다는 선교 윤허를 얻는다.

감리교회는 이 때문에 1884년 7월을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의 시작으로 여긴다. 매클레이는 미 선교부의 정책에 따라 조선을 공식 방문한 뒤 8월 일본 요코하마에 조선 전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수정을 통해 아펜젤러와 스크랜턴 선교사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한편 1885년 4월 부활주일 이후부터 이들을 한국에 파송하기 시작한다. 장로교보다 앞서 선교 노력을 한 역사가 중명전 부지에 담겨 있는데 좀처럼 조명되지 못했다. 알렌이 양해를 구해 선교부지도 감리교에서 장로교로 넘어갔다. 혹 아쉬운 마음은 없냐고 태 총무에게 물었다.

“서운함보다는 연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선교를 우선에 둔 결단입니다. 당시의 급박한 정세에 따라 알렌은 외교관들 공의 명목으로 입국했기에 외교관들이 있던 정동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감리교 장로교 교파 구분을 넘어 일이 진행된 것입니다. 선교 초기엔 연합운동이 매우 모범적이었습니다.”

길은 중명전 맞은편 정동제일교회(천영태 목사) 역사관과 벧엘예배당으로 향한다. 한국교회 문화재 예배당인 벧엘예배당 파이프오르간 뒤편 송풍구에서 3·1운동 당시 독립선언문을 비밀리에 등사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정동제일교회는 역사기념관을 개관하면서 “아펜젤러 선교사의 첫걸음을 통해 하늘의 뜻이 이곳 정동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이곳 정동으로부터 주님의 사랑이 땅끝까지 이어지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교회 옆은 학교다. 여학생을 위한 이화학당과 남학생을 위한 배재학당이 담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운동장 부지가 팔려서 지금은 러시아대사관과 JP모건이 입주해 있다. 바로 옆 배재학당 역사기념관에선 학교를 세운 아펜젤러 선교사의 일침을 만난다. ‘欲爲大者 當爲人役(욕위대자 당위인역).’ 큰 인물이 되고자 하거든 마땅히 남을 섬겨야 한다는 뜻이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마태복음 20장 26~27절 속 예수님 말씀이다. 구한말 성균관보다 배재학당에 가야 출세한다고 소문나 몰려든 양반집 자제들을 향해 아펜젤러 선교사는 이 말씀을 들려주고 학당의 교훈으로 내걸었다.

점심은 배재반점의 자장면이다. 길게 이어진 면발을 비비며 1884년 7월 고종의 선교 윤허를 시작으로 9월 알렌의 입국, 이듬해 4월 부활주일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의 제물포 입항 등 계속해서 이어질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생각한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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