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34) 낮달
2024. 7. 4. 00:03
낮달
정해송(1945∼)
눈 먼 세월 하나가 바래고 있습니다
어쩌다 잃어버린 가녀린 그 미소가
이제는 손톱 안으로 돋아 올라옵니다
-안테나를 세우고(태학사)
시는 살아 있는 꽃
예로부터 달은 시인들의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해 왔다. 미당 서정주는 겨울 달을 님의 고운 눈썹으로 보았다. 정해송 시인은 희미한 낮달을 보고 눈 먼 세월 하나가 바래고 있다고 한다. 잃어버린 가녀린 미소 같은 그 달이 이제는 손톱에 돋아 올라오고 있으니 누구나 달을 손가락 끝에 새겨 지니고 있는 셈이다.
1976년 동아일보와 1978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의 시조는 현실에 바탕한 현대판 시절가조(時節歌調)다. 1987년 유월 항쟁을 소재로 한 작품도 여러 편이다.
“방에 앉아/시 쓰는 일이/부끄러운 시절이다.//은유며 상징이며/분칠 같은 기교들이//이 유월/녹색 깃발 아래/가화(假花)처럼 여겨진다.” - 고백
시인의 자괴감은 비단 이때 뿐이겠는가? 지금은 그렇지 아니한가? 위태로운 남·북 상황, 어지러운 국내 정세에서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는가?
그러나 시인이여. 시대의 증인으로서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한, 그대의 시는 살아있는 꽃이 되리라.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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