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역주행 현장에 급발진 증거 ‘스키드 마크’ 없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9명의 사망자와 7명의 부상자를 낸 지난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현장에서 가해 차량(현대 제네시스 G80)의 스키드 마크(Skid mark)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키드 마크는 브레이크를 세게 밟아 차를 멈출 경우 생기는 강한 마찰력으로 인해 타이어의 일부가 녹아 도로 표면에 남는 흔적을 가리킨다. 급발진이 실제로 발생했는지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다.

스키드 마크가 없었다는 것은 가해 차량 운전자인 A(68)씨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거나 약하게 밟았다는 의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3일 “스키드 마크가 발견되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특정한 스키드 마크가 급발진 단서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방향성을 갖고 수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고 기록 장치(EDR)와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고 차량과 피해 차량들의 블랙박스 동영상, 호텔 및 사고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 텔레비전(TV) 영상 등 자료 6점을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사고 차량의 브레이크 작동 상황이 저장된 EDR도 첨부했다. 국과수 정밀 분석은 통상 1~2개월이 걸리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사망자가 많은 등 사안이 중대해 기간이 다소 단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EDR 기록을 바탕으로 한 자체 조사에서 A씨가 사고 직전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고 1차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 브레이크등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로 켜져 급발진과 오조작 여부를 증명할 방법으로 꼽힌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국과수 분석 결과 등을 보고 발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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