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1400원’ 전쟁…외환보유액 석달 연속 감소

김남준, 정진호 2024. 7. 4. 0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전달 대비 6억2000만 달러 줄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최근 달러 강세를 막기 위해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원화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거래)’를 확대한 것이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22억1000만 달러(572조650억원)로 5월 말(4128억3000만 달러)과 비교해 6억2000만 달러(8604억3600만원) 줄었다. 외환 당국이 보유한 외환액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했다.

한은 관계자는 “분기 말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은 늘었지만, 외화 외평채 만기 상환과 국민연금 외환스와프의 일시적 효과,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 감소 등이 겹쳐 외환보유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달러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한도를 기존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확대했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서 쓰는 외환을 외환당국이 원화를 담보로 직접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감소를 가져온다.

외화 외평채 만기 상환도 외환보유액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외화 외평채 만기는 지난달 이뤄졌지만, 이를 대체하는 신규 발행은 7월에 예정돼 있어 시차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아직 신규 발행액이 잡히지 않아서, 일시적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외평채는 정부가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조성하는 ‘외국환평형기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한은 관계자는 “7월 중 외화 외평채 신규 발행액 납입은 (외환보유액)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달러 강세로 인해 달러로 환산한 기타 통화 보유액의 평가 가치가 하락한 점도 전체 외환보유액 하락을 불렀다. 한국이 보유한 외환은 최근 들어 줄어드는 추세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는 9위(5월 말 기준)를 유지했다. 같은 시기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3조2320억 달러)이고, 그 뒤를 일본(1조2316억 달러)이 이었다.

강달러가 부채질하고 있는 미 달러화에 대한 환율 불안과 함께 수퍼 엔저에 따른 여행수지 적자가 커지는 것도 한국 경제의 외환 불안 요인이다.

직장인 김명훈(32)씨는 지난 주말 일본 도쿄로 여행을 다녀왔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일본 방문이다. 김씨는 “제주도나 다른 국내 여행을 가는 것보다 돈이 적게 든다”며 “이번에 갔을 때도 라멘에 생맥주까지 시켰는데 한국 돈으로 만원밖에 안 나왔다 ”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격은 161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일엔 달러당 161.72엔에 달하면서 1986년 12월 이후 37년 6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퍼 엔저’는 국내 여행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 여행 대신 일본 여행을 택하는 여행객은 확연한 증가 추세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에선 엔화 예금액이 급증했고,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가능성에 미 국채금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더해 여행수지마저 적자 폭을 키울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엔저 나비효과’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는 125억2700만 달러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중 대일본 여행수지 적자가 33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17억5300만 달러의 여행수입을 일본으로부터 거뒀지만, 여행지급이 51억3300만 달러를 기록한 탓이다.

김남준·정진호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