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가야섬이 선물한 3일

정소진 2024. 7.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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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비운 채 완전히 자연과 맞닿았다.
121개의 목가적인 빌라가 옹기종기 모인 가야 섬.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언제든 뛰어들어도 좋은 풍경이다.
등껍질이 찢어진 채로 발견된 바다거북. 팬데믹이 한창일 때 발견돼 이름도 ‘코비드’다. 현재 상처를 회복 중이며, ‘터틀 토크(Turtle Talk)’를 통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바쁜 업무로 화장실 갈 여유도 없던 시간을 벗어나 떠나는 여행은 이런 모습이길 바랐다. 층고 낮은 방, 머리를 비우고 한없이 걸을 수 있도록 길게 이어진 해변 산책로, 마음의 정화를 위한 명상의 공간, 자연과 최대한 맞닿은 경관, 그리고 완벽하게 고립된 섬. 누구의 방해도 거부한 채 떠나는 여행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에서 그려본 세상이다. 그렇게 떠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사바 주(Sabah State)에 자리 잡은 가야 아일랜드 리조트(Gaya Island Resort). 공항에 도착해서 차로 15분, 스피드보트로 15분. 섬까지 이동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단 30분. 푸른 코타키나발루 해안을 마주하며 이른 아침에는 그림처럼 이상적인 키나발루 산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선 세계 10대 일몰까지 경험할 수 있다. 경이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산 중턱에 솟은 121개 프라이빗 빌라는 숲과 나무와 하나가 된 듯 목가적 디자인을 자랑한다.

47㎡의 내부. 121개의 빌라는 모두 동일한 실내디자인이 특징이다. 넓은 침실을 시작으로 대형 욕조, 2개의 세면대, 대형 욕실, 야외 베란다를 갖추고 있다.
사바 주 보르네오 섬 근방에서 자라는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피셔맨스 코브의 생선 전골.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요리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에 완벽한 곳. 리조트에 도착하자마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코타키나발루 해안 바로 앞에 있는 툰쿠 압둘 라만 해양공원을 지키는 것은 ‘바바라’와 ‘코비드’라는 이름의 거북이 병사들이다. 바닷속은 알록달록한 산호초와 ‘니모’ 물고기들이 별처럼 반짝거렸다. 해양생물뿐 아니라 빌라 근처를 걷다 보면 종종 멸종위기종인 코원숭이를 비롯한 여러 희귀 동물들과 마주친다. 그래서인지 이 리조트는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리조트에 상주하는 해양생물학자 스콧 메이백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산호초 심기, 바다거북과 대화하는 ‘터틀 토크’, 산호초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핀 없이 하는 스노클링 액티비티…. 산호초 심기는 리조트에서 스피드보트로 3분 거리에 있는 프라이빗한 아쿠아리움에서 이뤄졌다. 아침에 진행되는 열대우림 속의 맹그로브나무들이 모여 형성된 동굴을 카약을 타고 지나가는 맹그로브 카야킹을 마치고 리조트에 도착한 뒤에는 맹그로브나무를 직접 심을 수도 있다.

스파 빌리지는 야외 덱이 있는 6개의 트리트먼트 룸과 스파 및 웰니스 활동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자연보호를 위한 액티비티 중 하나인 맹그로브 카야킹의 풍경.

건강한 생물과 함께 바다수영을 하고 본격적인 명상 활동을 위해 스파 빌리지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알싸하게 매운맛과 단맛을 지닌 이국적 음료로 목을 축였다. 칠리, 구아바 주스, 파인애플 그리고 팔각을 일컫는 사바 주 특산물인 스타 아니스, 고추로 만든 음료로 짧은 티타임을 가진 후에는 간단한 요가와 명상을 위한 심호흡, 싱잉볼 등의 액티비티가 이뤄졌다. 다음 단계는 스파. 사바 주 원주민의 치유법에 따라 카다잔두순족이 사용했던 쌀 스크럽부터 마스크, 신선한 현지 재료를 사용한 트리트먼트로 몸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휴가의 정점은 미식!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피스트 빌리지’, 각종 해산물 요리를 내놓는 ‘피셔맨스 코브’, 데판야키와 샤부샤부 · 나베 전골 등을 즐길 수 있는 ‘오마카세’. 가장 마음을 흔든 곳은 ‘피셔맨스 코브’에서 경험한 쿠킹 클래스. 사바의 현지 식재료와 농산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정통 레서피를 직접 배울 수 있다. 사바에서만 사는 생선으로 만든 세비체와 코코넛 커리가 이번 쿠킹 클래스의 주제였다. 살아가며 이토록 자연과 살을 부대끼고 생물과 교감한 적 있었나? 떠나기 전 그려본 이상적인 휴가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3일. 철저하게 세상과 고립됐던 3일. 이 사흘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송골송골 가슴에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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