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직전 지방 도시 ‘도야마’, 그곳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7. 3.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령화 극복한 日 콤팩트시티 롤모델

도쿄에서 호쿠리쿠 신칸센(고속철도)을 타고 북서쪽으로 2시간가량 달리면 해발 3015m 다테야마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일본 도야마현 현청 소재지 도야마시(富山市)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인구 약 40만명 남짓 중소도시로 한여름에도 눈으로 덮인 설벽(다테야마 구로베 알펜 루트) 덕분에 ‘일본의 알프스’로 통한다. 2015년 후쿠리쿠 신칸센이 개통돼 도쿄까지 이동 시간이 2시간 8분으로 줄어들었다.

도야마가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일본 ‘콤팩트시티(Compact City·압축도시)’의 롤모델 격이기 때문이다. 콤팩트시티는 도시 중심부에 거주·상업·행정 등 각종 도시 기능을 집약해 고밀개발하고 효율을 높이는 도시계획이다. 1973년 미국에서 처음 발표된 개념. 자가용 대중화로 시가지가 팽창하면서 발생하는 난개발, 생산성 저하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꼽힌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10여년 전부터 ‘압축+네트워크형’ 도시 정책을 본격화했다. 일찌감치 콤팩트시티를 추진해온 도야마시가 대표 사례다.

도야마는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시 중심부에 거주·상업·행정 등 각종 기능을 집약하고 교통망을 확충했다. 덕분에 속절없이 인구가 줄거나 빠져나가는 여타 지방 도시와 달리 도야마는 인구가 제법 유지되는, ‘지방 소멸’을 극복한 성공 사례로 각광받는다.

이제 도야마는 일본 전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구당 자가 보유율 2위, 가구당 실질소득 7위, 2차 산업 종사자 수 1위일 뿐 아니라 초·중학교 전국학력평가에서도 수위를 달린다. 일본 정부와 민간 평가에서 행복지수 높은 최상위권 도시로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 도야마시를 멜버른(호주), 밴쿠버(캐나다), 파리(프랑스), 포틀랜드(미국)와 함께 ‘콤팩트시티 세계 선진 5대 도시’로 꼽기도 했다. 인구 감소, 저출생은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인데 도야마시가 선제 대응을 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도야마시청 전망대에서 다테야마산 방면으로 바라본 시 전경. (정다운 기자)
‘지방 소멸’ 위기 느낀 도야마

도심 인구 떠나자 행정·유지비 ‘쑥’

도야마시 입장에서 콤팩트시티는 선택이 아닌,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콤팩트시티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직전인 2005년까지 도야마시에서는 이미 도심 공동화 현상이 뚜렷했다.

도심 공동화는 도시 중심부에 사는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중심이 텅 비었다고 해서 ‘도넛 현상’이라고도 부른다. 2005년 당시 도야마 시가지 인

구 밀도는 1㏊당 40.3명에 그쳐 4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낮았다. 도심에 사는 인구는 도야마시 전체 인구 약 42만명 가운데 2만4099명뿐. 10년 만에 11.5% 감소했다. 도심에 사람이 없으니 소매판매액은 40%가량 줄었다. 도심 땅값이 덩달아 떨어졌다. 전형적인 도넛 현상이었다.

이유가 뭘까. 과거만 해도 도야마는 ‘쫌’ 사는 도시였다. 제약 등 2차 산업 기반이 탄탄했던 덕분이다. 도로 정비율과 도로 개량률은 전국 1위였다. 도로가 구석구석 잘 정비돼 있고 정체도 없어 자동차를 이용한 생활이 편리했다. 경제 고도 성장기에는 차량 보급이 급격히 늘었다. 1999년 자동차 교통 분담률이 72.2%로 인구 20만명 이상 중핵시(中核市)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은 시간이 흐르며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자가 보유율 77.6%)이 땅값 싸고 주택 넓은 교외로 거처를 대거 옮겼다. 도시 외연은 커졌지만 자가용 의존도가 점점 높아진 탓에 자연스레 공공 교통망이 쇠퇴했다. 특히 노선버스 이용자는 70%나 줄었다. 여기에 인구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도야마는 자차가 없거나 운전을 못하는 사람, 특히 노인 여성에게 매우 불편한 도시로 변했다. 반대로 도심 상가에 빈 점포가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결국 중심 상업 지역 땅값이 떨어지고 세수가 줄었다. 생산연령인구, 즉 젊은 층 감소도 세수가 줄어드는 데 한몫했다.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무엇보다 도시가 넓어지면서 행정 공백과 비용이 커졌다. 쓰레기 수거, 도시 정비, 제설 등 도시를 관리하는 비용이 늘었고, 자연재해라도 발생했다 하면 상호 부조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점점 늘면서 의료비·간병보험 같은 사회보장비는 증가했다. 2030년에는 75세 이상 후기고령자 비율이 20%도 넘을 것으로 예상되자 도야마시는 어떻게든 행정을 효율화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런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파도 속에서 2005년 옛 도야마시를 포함한 7개 시정촌 합병을 시작으로 ‘콤팩트 마치즈쿠리(콤팩트 마을 만들기)’, 콤팩트시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차 버리고 대중교통망 확충

낡은 철도 → 트램으로…순환선 신설

도아먀식 콤팩트시티의 첫 단추이자 핵심은 ‘대중교통 활성화’다. 도심으로 인구 이전을 유도하려면 무엇보다 대중교통이 편해야 했다. 고령화된 지방 도시는 의료기관, 주택, 학교, 어린이집 등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집적화시키는 데 주력해야 비효율적인 예산 낭비와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시는 기차·신칸센이 지나는 도야마역과 시청·주요 상업시설이 있는 도심을 가운데 놓고 대중교통을 재배치했다. 버스와 노면 전차(트램)를 적극 활용했다. 승객 없이 달리던 외곽 연결 버스 운행은 확 줄였다. 이용자가 적어 폐선 위기에 놓인 북쪽 도야마항선은 ‘도야마 라이트레일(LRT, 7.6㎞)’로 전면 개조하고 2006년 개통했다. 라이트레일은 기존 노선에서 1.1㎞가량을 연장해 시내 트램과 이었다. 이어 시내 중심가만 돌면서 운행하는 순환선(3.4㎞)도 만들어 도심 접근성을 높였다. 각각 ‘포트램’ ‘센트램’으로 불리는 노면 전차 도입은 자동차에 의존하던 시민 생활을 바꿨다.

실제로 지난 6월 19일 신칸센을 타고 도야마역에 내리자 역 앞 사거리를 가로지르는 포트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역 주민뿐 아니라 이제 막 도야마에 도착한 외국인 방문객도 도야마역 바로 앞에서 손쉽게 트램을 타고 내릴 수 있다.

고가츠키 나오야 도야마 도시계획과 공무원은 “자가용 대신 트램을 타고 목적지까지 얼마든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며 “대중교통이 지나는 곳에서 보행권 내에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모아 지역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야마에서 만난 한 트램 운전기사는 “막차 시간이 조금씩 늦춰지고, 고령자일 경우 차비가 100엔인 티켓도 있다”며 “오래된 트램은 타고 내리기 수월한 저상 차량으로 교체되는 등 대중교통 개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들려줬다.

이런 노력 덕분에 감소세를 보이던 철도 이용자 수는 200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우선 라이트레일의 경우 이용객 수가 평일 2.1배, 휴일 3.4배로 증가했다. 특히 낮 시간대 고령 이용자가 대폭 늘었다. 나이가 들면서 운전도 어려워 집에만 있던 노인 세대, 특히 여성이 경전철을 이용해 외출하고 사회 활동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 것. 중심 시가지 보행자 수도 꾸준히 늘어났다. 2013년 보행자 숫자는 휴일 기준 2006년 대비 17.9% 증가했다. 2009년 말 도심 순환선이 개통한 이후에는 중심 시가지 내 빈 점포 비율이 1.3%포인트 줄었다.

2014년부터는 신칸센과 JR 노선으로 단절돼 있던 남북 간 트램 노선을 연결했다. 이전에는 신칸센 도야마역에서 트램으로 갈아타려면 별도 정류장으로 150m가량 걷고 길을 건너 이동해야 했다. 시는 도야마역 아래로 트램을 통과시키고, 도야마역에서 환승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는 신칸센에서 내리면 역내에서 바로 트램에 올라탈 수 있다.

‘거주촉진지역’으로 모이세요

도심 살거나 집 지으면 500만원 지원

도야마시가 두 번째로 한 일은 중심 시가지와 대중교통 노선을 따라 사람이 모여 살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우선 교외에 흩어진 이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트램역 500m, 버스 정거장 300m 반경에 ‘공공교통 거주촉진지역(이하 거주촉진지역)’ 13곳을 만들었다. 이곳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시민이나, 주택을 짓는 건설업체에 보조금을 줬다. 예를 들어 이곳에 집을 사는 시민에게는 구역에 따라 30만~50만엔, 월세를 내고 사는 사람에게는 3년간 매달 1만엔씩 지원했다. 거주촉진지역에 맨션(아파트)을 짓는 업체에는 1가구당 50만엔, 택시를 조성하는 업체에도 집 하나 지을 공간을 조성할 때마다 50만엔씩 지원했다.

한편으로는 상업 지역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도심 속 활기찬 광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작은 상점들이 촘촘히 있던 지역을 재정비했다. 그 결과 2007년 ‘그랜드플라자’라는 대형 쇼핑시설과 광장이 문을 열었다.

이 또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았다. 도야마시에 따르면 2005년만 해도 전체 인구의 약 28%만이 거주촉진지역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콤팩트시티 추진 이후 이 비율이 조금씩 늘어 10년 만인 2016년 37%, 2019년에는 38.8%, 지난해에는 40%로 높아졌다. 인구 10명 중 4명이 외곽 아닌 도심에 거주할 정도로 도심 공동화 현상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도야마시는 내년 이 지역 거주율이 42%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당초 목표치(40%)를 무난히 넘겼다.

노인이 외출하기 시작했다

상권 살아나고 교통사업자 ‘화색’

물론 교통망을 확충하고 사람을 불러 모은 것만으로 도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사람이 거리로 나와 활동하고 소비도 하게 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보강해야 했다. 도야마시가 3개 단계로 나눠 추진하는 ‘중심 시가지 활성화 기본계획’ 중 3단계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새로 문을 여는 상점에 수리비의 3분의 1을 지원했더니 거리가 말끔해졌다. 6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대중교통을 저렴하게 이용하고 식당·미용실·노래방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외출정기권’을 판매했다. 대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손주를 데리고 가면 입장료를 면제해줬더니 노인의 외출이 늘고 외식 등 소비가 늘어났다. 외출정기권은 하루 평균 약 1400명이 2750회 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령자는 건강을, 지역 상권은 소비를, 교통사업자는 낮 시간대 승객을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외부에서 찾아온 방문객에게는 편도 교통비를 100엔(기본요금 210엔)에 제공했다. 꽃을 들고 트램을 타면 아예 요금을 안 받는 소소한(?) 이벤트도 있다. 시민들이 언제나 도심 한가운데 모여 공연도 즐기고 삶을 나눌 공간으로 그랜드플라자 앞에 대형 광장을 조성하고, 그 위에 유리 천장을 올렸다. 눈, 비가 와도 행사가 가능해졌다. 휴일 임대료는 하루 20만엔으로 비싼 편인데도 그랜드플라자의 광장 가동률은 휴일 100%, 평일 82.4%다.

도야마시는 신칸센 도야마역 노선으로 단절돼 있던 남북 지역을 트램으로 연결했다(사진 왼쪽). 트램은 지하철보다 조성 비용이 저렴한 데다 계단을 꺼리는 노인층에 큰 호응을 얻었다. (정다운 기자)
콤팩트시티 효과 좋지만

인구 감소에 ‘만능열쇠’는 아니야

언뜻 보면 지자체가 선심성 지원을 남발하거나, 특정 지역에 혜택을 준 것 같지만 ‘압축’으로 도시계획 핸들을 꺾은 도야마시의 선택은 성공이었다. 중심 시가지가 부활하니 민간 재개발 투자도 활발해졌다. 덕분에 도야마현 전체 토지 가격은 25년 연속 하락을 기록했지만, 도야마시 지가는 2015년부터 꾸준히 오름세다. 지자체 세수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도시계획세와 재산세(고정자산세)가 늘어나니 시 재정에도 도움이 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도야마시 내에서 걷힌 세금만 약 366억엔이다. 10년 전인 2013년(약 322억엔)과 비교해 13.7%가량 늘었다. 느린 속도나마 인구가 감소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대 효과가 꽤 컸다.

중심 시가지 활성화는 재분배 차원에서도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중심 시가지에서 걷힌 세금을 외곽 지역 저수지 유지·보수, 제설 작업, 복지 등에 활용하는 식이다. 모리 마사시 전 도야마시장은 “도야마시 내 도시계획세와 재산세가 전체 세수의 46.7%인데 이 금액이 시 면적의 0.4%에서 걷히고 있다”며 “여기서 걷힌 세금을 시 전체에 보전을 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콤팩트시티는 인구 감소에 대비한 정책이었지만 뜻밖에 전입자 증가라는 효과를 가져왔다. 도시 이미지가 좋아지자 도야마시에서 살려는 사람이 늘어났다. 지난해 기준 도야마시 인구는 40만7365명으로 2005년(41만8511명)과 비교해 크게 줄지 않았다. 저출생·고령화로 자연 감소하는 인구를 타 지역에서의 전입자가 메워준 덕분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입자 수가 전출자 수보다 805명 많았다. 최근 10여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심했던 2021년을 제외하면 순유입인구는 늘 플러스(+)였다.

가장 긍정적인 것은 30~40대가 늘어난 점이다. 대학 진학 등으로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직장인이 되면서 다시 돌아왔다.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여성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온 덕분에 30대 이후 인구 증가 경향도 여성에게서 두드러졌다.

다만 도야마시 사례만 보고 콤팩트시티가 인구 감소를 해결할 ‘만능열쇠’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도야마시 이후에 콤팩트시티를 추진한 사례가 일본에 무수히 많았지만, 그만큼 실패 사례도 적잖았기 때문이다. 일본 아오모리시가 대표 실패 사례로 꼽힌다. 아오모리시는 도시 중심부에 있는 아오모리역 주변을 고밀도 주거·상업 지역으로 압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구 이탈은 계속됐고 도심 공동화는 더욱 심화됐다.

우토 마사아키 도쿄도시대 도시생활학부 교수는 “콤팩트시티는 인구 감소의 해결책이라기보단, 인구가 감소할 때 비효율을 잡아내는 수단이라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토 교수는 이어 “도심부에 교통망, 병원, 마트 등 필수시설이나 일자리가 없으면 콤팩트시티 또한 의미가 없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 콤팩트시티 주역, 모리 마사시 전 도야마시장
시민 소통만 130번…일관된 정책 필수
도야마시의 도전은 2002년 모리 마사시(72)의 시장 당선과 더불어 시작됐다. 2021년 4월까지 20년 가까이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콤팩트시티 사업을 주도했다. 모리 전 시장은 무조건 퍼주기식 정책보다는 ‘도심의 매력’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인다고 말한다.
Q. 콤팩트시티 추진 배경은.

A. 시장에 취임할 즈음 일본이 조만간 유사 이래 처음으로 인구 감소 사회를 맞게 될 거라는 전망을 접하고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고도 경제 성장 덕에 1억명까지 늘어난 인구가 몇십 년 사이 7000만명으로 줄어들 거라는 내용이었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 인구는 줄지 않거나 천천히 감소한다면 도야마 같은 지방 중소도시 인구는 빠르게 반 토막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다면 관리라도 잘해 젊은 세대에 부담이 적은 효율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취지에서 나온 것이 콤팩트시티다.

Q. 트램 등 대중교통 정비에 방점을 찍었던데.

A. 콤팩트시티는 ‘경단 꼬챙이’에서 착안했다. 대중교통은 꼬챙이고, 꼬챙이에 연결된 동그란 경단은 트램역과 버스정류장의 도보권으로 보면 된다. 이 경단들이 각 지역 구심점이 되면서, 또 도심으로 쉽게 연결되는 다핵형 콤팩트시티인 셈이다. 대중교통망을 활성화하고, 그 연선에 거주를 추진하면서 중심 시가지를 활기차게 하는 3개의 축으로 돼 있다.

Q. 시민 반발은 없었나. 추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A. 시민들이 처음부터 콤팩트시티를 받아들인 건 아니다. 하지만 ‘도시 만들기’는 행정만으로는 안 된다. 시민과 협동해야 한다. 중요한 한 가지가 충분한 설명이다. 라이트레일 사업을 시작할 때 약 130차례에 걸쳐 시민 설명회를 열었더니 점차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시민 만족도가 높다. 일례로 20년 전에는 운전에 방해된다며 트램을 반대했던 분들이 이제는 운전을 버거워하는 고령층이 됐고, 트램을 애용한다.

Q. ‘거주촉진지역’을 규제나 강제 사항으로 받아들인 사람도 있었을 것 같다.

A. 실제로 콤팩트시티에 대해 외부에서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규제로는 시민을 움직일 수 없다. 도심으로 이주하는 시민은 지원하되, 원하지 않는 이에게 이주를 강요하진 않아야 한다. 도심이 살기 좋은 곳이 되고 매력이 높아지면 시민은 자연스럽게 유입된다.

Q. 도야마시를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지자체에 조언해준다면.

A. 콤팩트시티 같은 도시계획은 5년, 10년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시장이나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몇십 년 뒤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30년, 40년, 혹은 그보다도 멀리 내다보고 일관성 있게 사업을 진행해나가야 한다.

[도야마(일본) =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6호 (2024.07.03~2024.07.0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