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가 영양군과 봉화군에 미치는 영향

이현우 2024. 7. 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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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구, 교통, 국제정세로 본 대한민국 도시 <한국 도시의 미래>

[이현우 기자]

내가 살던 전라북도 무주는 신기한 동네다. 무주군에는 무주읍이 있는데 초등학생 때만 하더라도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전주시가 생활권이었다. 쇼핑을 하거나 어르신들이 큰 병원을 갈 때 전주시로 이동했다. 중학생 때 공부를 곧잘 하던 친구들은 전주시 내 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행정구역상 전주시와 무주군은 구분되어있지만 여러 방면으로 생활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전-통영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무주가 고속도로 구간에 포함되면서 생활권은 대전광역시로 바뀌어버린다. 중학교 교과목 선생님 중 일부는 대전에서 출퇴근했다. 무주로 이사하기보다 대전에서 출퇴근하는 삶을 선택했던 것이다. 걸어서 1시간 정도면 읍내를 전부 돌아볼 수 있는 지역에 사는 중학생 눈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전해 듣기로는 공무원을 비롯해 젊은 직장인 중 다수가 대전에서 무주로 통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지방도시의 쇠퇴한 원도심 풍경
ⓒ 이현우
 
왜 일자리가 있는 무주가 아니라 대전에 터를 잡았겠는가. 주거, 문화, 교육, 의료 등 여러 정주환경을 고려했기 때문일 테다. 실제로 대전에 있는 병원에 가는 무주읍민이 많고, 주말이면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러 가는 읍민도 많다. 

무주군 무풍면은 무주읍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지역이다. 무주읍민이 일을 보기 위해 대전으로 나가듯 무풍면민은 경상북도 김천시나 거창군으로 나간다. 행정 구역 상으론 전라북도에 속한 무주군의 일부는 대전광역시가, 또다른 일부는 경상도가 생활권이다.

무주 사례는 무얼 말해주는가. 도시의 인프라 설치나 정책은 행정구역을 경계를 기반으로 만들기보다 실제 주민들의 생활권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인구, 교통, 국제정세로 본 대한민국 도시

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의 책 <한국 도시의 미래>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일어일문학과 학부와 석사 과정을 거쳐 일본의 국문학연구자료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서울 선언>, <갈등 도시>가 세종도서로 선정되었고 이 외에도 수많은 저서를 출간했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필자가 김시덕 작가를 주목한 이유는 화려한 이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작가의 글쓰기 방식과 내용에 주목했다. 김시덕 작가의 글쓰기는 일반적인 도시 관련 학자와는 다른 점이 있다.

해당 지역에 관한 글을 쓸 때 도시 관련 통계, 역사와 같은 자료를 참고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발과 눈을 사용한다. 도시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고 촬영하며 기록하고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귀를 기울인다. 글뿐만 아니라 지도, 현장 사진 그리고 비공식 인터뷰 등 다양한 자료는 현장의 생생함을 전해준다. 

책 <한국 도시의 미래>는 대한민국 도시를 3개의 메가시티와 6개의 소권역으로 구분했다. 인상깊었던 건 메가시티를 단순히 행정구역 단위의 결합 형태로 본 것이 아니라 교통망과 산업권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도시민은 단순히 행정구역 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필자의 고향 무주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책에 나온 강원도 철원도 수도권 메가시티 권역에 속하는 사례다.
 
 대한민국 도시를 3개의 메가시티와 6개의 소권역으로 구분했다.
ⓒ 김시덕
 
이 책은 '인구, 교통, 국제정세'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대한민국 도시를 이해한다. 첫째, 대한민국 도시에서 인구라는 관점으로 볼 때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지방소멸'이다. 
지방소멸은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사라질 위기를 나타내는 현상이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든다기보다 구조적으로 고령화되고 상대적으로 젊은층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함께 나타난다. 행정가와 정치인 입장에서 경제적으로는 세수는 줄어들고 세출은 늘어나며, 정치적으로는 선거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위협이 된다.
 
인구 1만 6천여 명의 영양군과 3만여 명의 봉화군이 군인 50명을 둘러싸고 벌이는 갈등을 보면서, 이들 지역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 106쪽

지방소멸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와 정치인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저자는 지방소멸 현상을 극복하는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신도시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도심을 압축도시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신도시 개발은 농산어촌의 인구 혹은 원도심 인구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역 전체적으로 볼 때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하며 오히려 원도심이 쇠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현실적으로 원도심 개발은 어려운 면이 있다. 이미 많은 도시 전문가들은 원도심을 중심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원도심을 개발하려면 토지주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이에 적정한 보상비가 지급되어야 한다. 이때 '적정'은 매우 모호하다. 쇠퇴한 원도심의 현재 지가에 비해 흥했던 시기의 원도심 지가는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토지주의 기대치와 실제 지가의 가격이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도시 외곽 지역과 비교하면 보상비도 높고 필지가 여러 개로 쪼개어져 있기 때문에 긴 시간이 소요된다. 반대로 도심 외곽은 지가도 낮고 도심지에 비해 토지주의 수도 적다. 결국 개발 여건이 좋은 외곽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도시계획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나 정책 측면에서도 지방소멸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입양 사례와 여성 청년 고용률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며 가족주의, 남성중심주의, 순혈주의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구 감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정상 가족' 편견을 타파할 의지나 제도적 노력이 전혀 없다는 점과 여성 고용률이 낮은 건 문제라는 것이다.
 
정상 가족이 아닌 가족에게서 태어난 수많은 한국인 아이들이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수출되어온 역사가 현대 한국에는 존재합니다. - 140쪽
충청남도 당진시가, 남성 고용률은 80%이고 여성 고용률은 56%라고 합니다. - 140쪽

이어서 비건, 할랄 인구가 적응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권과 환경, 그리고 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비건과 할랄 식단을 지향하는 외국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양한 외국인을 외국계 한국인으로 받아들이려면 식생활 환경도 마련해야만 한다. 

두 번째로 교통 관점으로 볼 때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철도'다. 대중교통 수단으로 크게 버스와 기차가 있는데 속도와 정시성 확보 측면에서 버스보다 기차가 선호되고 있다. 특히 KTX가 개통되면서 그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저자는 철도가 도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많은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공주와 대전 사례는 철도개발 유무가 발전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다. 대전에 철도역이 생기면서 대전은 공주보다 훨씬 큰 도시가 되었다.
 
강릉도 강릉역이 원래 위치를 고수하면서 평창올림픽 때 경강선 KTX가 개통되어서 뜬 곳이죠. … 만약 새로운 강릉역이 지금 위치에 만들어지지 않고 초기 계획대로 외곽에 건설되었다면, 강릉이 지금처럼 부흥을 이루지 못했을것이라 생각합니다. - 171쪽

책에서는 철도역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 발전 과정에 관해 기술한다. 강릉과 원주를 비교한다. 강릉은 도심 내 KTX 역을 설치했고 원주는 도심지 외곽에 KTX 역을 설치했다. 도시를 유심히 관찰하고 연구하는 필자에게는 다양한 궁금증과 가설을 떠올리게끔 하는 관점이다. 혁신도시와 철도의 위치, KTX 역 유무에 따른 산업 발전의 변화 등 다양한 지적 호기심이 생기는 대목이었다.

마지막으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관점은 '국제정세'다. 국제정세는 '군부대'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안보는 대한민국 도시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강남 개발' 사례를 들 수 있다. 저자는 강남 개발이 강북 인구의 분산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6.25전쟁 이후 안보적인 이유로 한강 이남을 개발했다고 봤다. 또한 안보 측면에서 동남권 메가시티가 형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안보 문제는 비단 과거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서울의 용산을 보라. 부동산 시장에서 얼마나 뜨거운 땅인가. 용산역 부근 정비창, 그리고 용산미군기지 등은 늘 불안한 정세에 놓인 대한민국 지형 때문에 조성된 땅이다. 책에서는 대구, 군산 사례 등을 통해 군공항과 같은 군시설이 도시 발전 유무와 속도에 끼치는 영향을 기술한다. 국제 정세를 바탕으로 각 도시 개발의 전망을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행정의 경계를 뛰어넘는다면
 
 김시덕 작가의 <한국 도시의 미래>
ⓒ 이현우
 
온라인 서점에서 책 <한국 도시의 미래>는 경제경영, 부동산 등 분야로 분류한다. 이 책은 작가의 전작 <우리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처럼 우리가 살 '땅'과 '집'을 이야기한다. 부동산 투자 목적이 아니더라도 살고 싶은 도시를 정해야 하거나 살고 있는 도시의 미래를 전망해보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대한민국 도시의 현황을 단시간 내에 파악하기에도 좋은 책이기에 필자와 같이 도시를 연구하는 이들, 도시공학과나 도시계획학에 입학하는 이들에게는 필독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2쪽의 지도를 하나 출력하여 옆에 두고 책을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국가는 국토를 행정구역으로 쪼개어 '면' 단위로 바라보지만, 국민은 국토 위에서 '선'적으로 살아간다. 이 책은 행정구역에 갇히면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을 절대로 개선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 같았다. 행정가와 정치인이 이 책을 읽고 행정경계를 뛰어넘어 진정 도시민을 위한 정책과 사업을 어떻게 구상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주군이 전라북도에 속했지만 대전광역시와 교통 인프라, 주거 사업 등 여러 사업을 연계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브런치 계정(@rulerstic)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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