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선 접어야” 美 15선 의원 첫 총대…미셸 오바마 등판론도

김형구 2024. 7. 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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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비상대응센터를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면돌파 선언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론이 확산 일로다. 바이든 본인은 대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지만 ‘TV 토론 폭망’ 후 패닉 상태인 민주당, 뚜렷하게 하향세인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에게 등을 돌린 친민주당 성향 언론 등은 바이든에게 ‘결단’을 압박하는 흐름으로 내몰고 있다.

수면 아래 불만이 끓던 민주당에선 2일(현지시간) 현역 의원이 공개적인 ‘후보 사퇴론’을 처음으로 냈다. 총대를 멘 건 15선의 로이드 도겟 하원의원이다.


“린든 존슨처럼 재선 도전 접어야”


미국 민주당의 15선 하원의원인 로이드 도겟 의원이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대선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민주당에서 현역 의원이 바이든 후보 교체론을 공론화한 건 그가 처음이다. 사진은 로이드 도겟 의원이 2015년 6월 16일 워싱턴 DC 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과거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재선 도전 포기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듯 바이든도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F 케네디 행정부 부통령이었던 존슨은 케네디 암살 후 대통령직을 맡았고 1964년 대선에서 대승하며 연임했다. 이후 1968년 대선에 다시 도전했지만 베트남전 전황 악화와 경제위기로 민심이 들끓자 대선 경선에서 하차했다.

당내에선 이런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질 거란 관측이 많다. 마리 글루센캄프 페레즈 민주당 하원의원은 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직언’을 했다. 흑인 사회에 영향력이 큰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조합을 지지하지만 바이든이 물러날 경우 해리스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하원 민주당의 한 보좌관을 인용, 민주당 하원의원 25명이 앞으로 며칠간 바이든 대통령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그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번 주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ABC 방송 인터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잇단 질문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경쟁력, 해리스에 밀려’


바이든의 후보 경쟁력은 해리스에 다소 밀린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TV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30일 실시해 2일 공개된 CNNㆍSSRS(여론조사업체) 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양자대결시 둘의 지지율은 각각 43%, 49%로 격차가 6%포인트였다. 해리스와 부통령 대결시 45% 대 47%로 격차(2%포인트)가 좁혀졌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바이든 후보 사퇴론과 관련해 “바이든이 우리의 후보”라며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대안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경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트럼프 대결시 43% 대 48%(격차 5%포인트) ▶피트 부티지지교통부장관과 트럼프 대결시 43% 대 47%(격차 4%포인트)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트럼프 대결시 42% 대 47%(격차 5%포인트) 등으로 나타났다.


미셸 오바마 등판시 트럼프에 11%P 우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등판한다면 트럼프를 너끈히 앞선다는 조사도 있었다. 이날 공개된 로이터ㆍ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지지율은 각각 40%로 동률을 기록했지만, 오바마 여사와 트럼프 맞대결시 50% 대 39%로 상당한 격차로 우세했다. 오바마 여사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그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군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바 있다.
버락 오바마(왼쪽) 전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지난해 8월 28일 뉴욕 USTA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 오픈 테니스 챔피언십 1라운드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오바마 여사는 소탈하고 검소한 모습으로 인기가 높았다. 회고록 『비커밍』이 대히트를 하며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혀 왔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로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정치와 맞지 않는다”며 부인해 왔다. 바이든 후보 교체론을 계기로 오바마 여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이날 공개된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경합주에서 TV 토론 이후 바이든 지지율이 일괄 하향세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민주당 슈퍼팩(Seper PACㆍ특별정치활동위원회) ‘퓨처 포워드’가 7개 경합주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다자 가상대결에서 트럼프에 4.2~10.6%포인트 차로 모두 밀렸으며, 둘의 격차는 TV 토론 이후 적게는 1.8%포인트에서 많게는 2.2%포인트로 7개 경합주 모두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 패배 위기감, 민주당 ‘생존본능’ 자극


미 주요 언론은 민주당 내 후보 교체론 확대를 예상한다. CNN은 이날 “민주당 안팎 주요 인사 20여명과 대화를 나눴는데 상당수는 바이든이 재선 도전을 멈춰야 한다고 마음을 굳혔고, 일부는 금주 내 후보 사퇴를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11월 대선뿐만 아니라 상ㆍ하원 선거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민주당 정치인들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마이크 퀴글리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바이든의 결정이 향후 백악관 주인뿐 아니라 상원 일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은 선거 패배 두려움 속에 공황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추락하는 바이든의 저조한 지지율이 상ㆍ하원 의원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불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완주 의지’ 고수하는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 행사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며 완주 의지를 과시했다. 그는 이날 버지니아주 매클린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TV 토론을 앞두고 외국을 잇따라 방문한 것은 현명하지 못했다”며 토론 졸전을 피로 누적 탓으로 돌리고는 “(토론 당시) 무대에서 거의 잠들 뻔했다”고 말했다.
커린 잔피에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은 3일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자신을 둘러싼 우려 불식에 나설 계획이다. 또 5일 보도될 ABC 뉴스 심층 인터뷰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위스콘신(5일)ㆍ펜실베이니아(7일) 등 경합주 유세도 재개한다. 바이든과 가까운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공개 행사, 타운홀, 인터뷰를 더 많이 해 노쇠하고 무능하다는 서사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바이든 선거 캠프는 연일 ‘바이든 엄호’에 나섰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바이든)는 어떻게 재기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캠프의 쿠엔틴 포크스 부매니저는 “언론이 지나치게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오바마도 대선 판세 우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을 옹호해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재선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최근 지인들에게 ‘안 그래도 만만치 않았던 바이든의 재선 도전이 더 험난해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TV 토론이 끝난 뒤 SNS에 “토론이 생각처럼 잘 안되는 날도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지원 사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바마 전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선거 판세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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