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억짜리 공사, 하루 만에 업체 변경”…페인트칠 놓고 난리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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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업체 선정 하루 뒤 “업체 바꾸자”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보수공사 업체 선정을 놓고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가 적격심사를 통해 A사를 낙찰자로 선정했지만,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사무소장 주도로 A사를 부적격 처리한 뒤 주민 동의 없이 2순위인 B사에 일감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입주자들은 “입대의 회장 C씨가 주민 대표 기구 의결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B사와 계약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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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이 2순위 밀어” 의혹 제기한 주민들
입대의는 서류 검토를 거쳐 지난 4월 18일 A사와 B사 등 5개 업체를 상대로 현장 발표를 진행했다. C씨를 포함해 입대의 동대표 등 12명은 이날 설명회 점수와 사업실적 등을 따져 최고점을 얻은 A사를 낙찰자로 선정, 의결했다.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C씨가 의사봉까지 두드렸다고 한다.
입대의 의결 하루 뒤인 4월 19일 상황이 반전됐다. 입대의 회장 C씨가 나서 A사 사업 실적을 뒤늦게 문제 삼았다. 입찰공고문에 나온 ‘5년간 공동주택 아파트 균열보수·재도장 공사 5건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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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의 회장 “1순위 업체 실적 미달, 규정 따랐다”
“B사에 공사를 맡기자”는 C씨 의견은 긴급 임시회의(4월 19일), 입주자대표회의(4월 30일), 임시회의(5월 9일)에서 줄곧 반대에 부딪혔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주민은 “자칫 특혜 시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 차라리 재공고를 내서 업체를 다시 정하자고 주장했다”며 “이때마다 C씨와 관리소장이 사업자 선정 지침을 근거로 재공고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주민은 “입대의에서 공식적으로 낸 결론(4월 19일)은 ‘재입찰’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불협화음 속에서도 보수공사 절차는 차근차근 진행됐다. 관리소장은 4월 말께 입찰 결과를 공시하는 ‘K-apt 공동주택관리시스템’에 B사를 게재했다. 5월 13일엔 입주자대표회의 명의로 29억8700만원에 B사와 공사 계약이 체결됐다. 5월 17일 아파트 외벽 도색을 위한 컨테이너가 단지 내에 설치되더니, 고압세척 작업과 균열 보수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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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 업체, 아파트로 낙찰자 지위 소송
입찰에 탈락한 A사는 지난 5월 대전지법에 해당 공사 관련 속행 금지 가처분, 낙찰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A사 관계자는 “C씨가 실적 미달로 지적한 사업은 현장 PT에서 충분한 소명이 됐고, 당일 입대의 심의를 거쳐 낙찰자로 의결까지 받은 사항”이라며 “특정인 주도로 결과가 뒤바뀐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르면 제한 경쟁입찰에서 2순위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사례는 1순위로 낙찰된 업체가 특별한 이유 없이 10일 이내 입주자대표회의와 계약을 맺지 않을 때로 한정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낙찰자를 선정해 의결까지 됐다면 그 입찰은 종결된 것으로 본다”며 “추후 실적미달 등 문제를 발견해 기존 낙찰자를 취소하더라도, 재입찰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세종=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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