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진 마음부터 정리하세요, 암이 낫기 시작합니다 [아미랑]

김병천 드림(한림대강남성심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2024. 7. 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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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의 휴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암은 현대의학에서 아직 정복되지 않은 질환입니다. 그렇다 보니, 암 판정을 받으면 ‘결국 암으로 죽는 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처음에는 암에 걸린 것을 부정하다가 조금 지나면 자포자기를 하며 곧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입니다. 공포심, 미래에 대한 두려움, 심지어 본인이 ‘무슨 죄를 지은 것은 아닌가’라는 죄책감 등이 뒤섞여 병원을 방문하게 됩니다.

2012년 4월, 저는 흉선암 환자가 됐습니다. 저 역시도 암을 진단 받고 공포감을 느꼈습니다. 32년간 출근하며 ‘나의 집’ 같이 느껴지던 친근한 병원도, 암 진단을 받은 후로는 들어가는 것 자체가 저를 짓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병원 문턱을 넘을 때는 이쪽과 저쪽의 다른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닷가에 가서 해안선을 보고도 하나의 선을 삶과 죽음의 경계로 인식하게 될 정도였습니다. 그런 예민한 시기에 육체에 생긴 암으로 인해 정신에도 암이 퍼진다면, 암과 맞서서 싸우기 이전에 벌써 항복하고 무너져 버리게 되는 것이겠지요. 육체에 생긴 암을 이기기 위해서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인 정신을 강건하게 만들어 암을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종교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세요
우선 흐트러진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현대의학으로 아직 암을 정복하진 못 했지만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치료 수단은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암 극복을 위해 노력을 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치료 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마음의 평안을 유지해야 합니다. 마음의 평안을 통해 우리 몸의 혈액순환이나 림프순환, 영양 공급, 활성산소의 감소 등 몸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듯이, 아무리 어려운 암이라 해도 길을 찾으면 암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육체와 정신으로 구성돼 있고, 육체와 정신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아무리 암이 독하다고 해도 육체를 침범할 뿐이며, 정신은 침범할 수 없습니다. 정신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지켜내야 암의 침범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정신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종교를 갖는 것입니다. 저의 종교는 기독교입니다. 꼭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종교를 갖는 것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아주 도움이 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서는 “본인이 이겨내기 힘든 모든 어려운 것을 하나님께 의탁하고 의지하라”고 합니다.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하지 말고 그저 하나님께 맡기고 의지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쉬운 것이 있을까요? 기독교 신약성경 빌립보서 4장6~7절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이 말씀을 마음속으로 암송하고 나면 저에게 많은 힘이 생기는 것을 느낍니다. 염려하지 말아야 하고, 기도와 간구가 있어야 하고,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는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만 잘 지키면 되겠다는 믿음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종교에 의지하기 어렵다면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는 사회사업팀이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이곳에 방문하면 사회복지사와의 면담을 통해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암 환자와 가족이 암 치료 중 경험하는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 등을 해소해주는 의료복지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마음의 안정이 어려울 때 운동을 하는 것도 아주 좋습니다. 그 어떤 운동이라도 좋습니다. 진단 전부터 테니스를 즐겨하던 저는, 암 환자가 되고 난 후에도 테니스를 즐겼습니다.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걱정이나 근심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육체적인 운동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게 되고, 건강도 증진시켜 암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간 하던 운동이 없었더라도 암 치료 과정에서 환자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담당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안정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재발 걱정이 앞설 땐 주치의에게 털어놓으세요
암 진료 과정에서는 다양한 검사를 받게 됩니다. 특히 수술과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고 난 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재발’일 겁니다. 아무래도 암이 재발하면 치료가 쉽지 않고, 또 치료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섭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의료 장비들 덕에 미세한 전이도 이전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특수 검사이다 보니 검사 과정도 어렵고 결과를 판단하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때 검사를 받고 외래 예약을 통해 오시는 환자분들을 보면 대개는 외래 방문 전날 잠을 잘 못 주무시는 분이 많다고 합니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 ‘잘 못되면 어떡하나’ ‘의사로부터 안 좋은 소리가 나오면 어떡할까’라는 조급함 때문이겠죠.

의사인 저도 이런 환자를 맞을 때 어려운 점이 많아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혹시라도 내 입을 통해 ‘환자분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생깁니다. 물론 결과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의사의 임무인 것은 사실입니다. 혹시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문제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충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처음부터 안 좋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상황과 결과를 고려하고, 환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확인하고, 환자의 마음이 확인됐을 때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물론 앞으로의 치료 계획과 앞으로의 예후 등을 설명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환자가 갖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렇지만 환자는 의사가 아닌 이상, 그 많은 정보들을 분석하고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환자가 의사라고 해도 그 분야의 전문의가 아니라면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잘못된 정보가 넘쳐 납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환자분들이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암 완치 프로그램과 같은 과장 광고나 약제 등에 현혹되기 쉬운데, 이런 것들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해야 할 것은 꾸준하게 주치의와 상담하고, 자신의 변화하는 상황을 면밀히 체크하고, 정기 검진을 통해 본인의 상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구하는 것입니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암 진단 후 수술과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힘든 순간들을 많이 지나왔습니다. 항암 치료 후 빡빡머리가 부끄러웠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사로서 환자분들을 만날 때면 한여름에도 모자를 쓰고 진료를 했습니다. 이내 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머리털이 조금 자라고 나니, 모자를 쓰지 않고도 진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암에 걸렸어도 자신 있는 모습을 내보이기 시작하자 오히려 제 환자들은 더 큰 자신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내원하신 환자분들이 저를 더 위로해주고, 많은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교회 다니시는 환자 중에는 저를 위해 중보기도 시간을 만들어서 기도를 하고 계시다고도 했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암을 이기고 일어날 수 있겠다’는 믿음이 한층 더 커졌습니다.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저를 위해 중보기도를 하는 데 쓰는 분이 계시다니! 너무나도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암 치료를 경험한 의사로서, 여러분이 얼마나 불편한 마음을 갖고 치료에 임하고 계실지 감히 짐작이 간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제 방법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나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끝까지 치료 잘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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