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진심 "토트넘에 하나라도 남기고 싶은데"…계약 아닌 헌신을 말했다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뭔가 하나 남기고 싶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동행은 아직 해피 엔딩 가능성을 충분히 남겨두고 있다.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현 계약서에 있는 1년 연장 계약 옵션을 실행하게 됐다. 최근 손흥민 거취를 연일 조명하고 있는 '풋볼 인사이더'가 이 같은 주장을 내놨고 '팀 토크' 역시 이를 확인했다.
'풋볼 인사이더'는 최근 "손흥민이 토트넘과 계약을 1년 연장하는 조건에 동의했다. 손흥민의 계약은 내년 여름에 만료되지만 이번에 손흥민의 계약을 연장하게 되면서 토트넘은 손흥민을 2026년까지 팀에 잔류시킬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잔존 계약기간이 내년 6월까지 1년에서 2년으로 1년 더 늘어난 셈이다.
매체는 이어 "팀 스타일과 득점에 영향을 미친 손흥민을 잃는 것은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며 "손흥민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EPL) 35경기를 뛰고 17골 10도움을 기록, 토트넘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라는 점을 증명했다"라고 토트넘이 손흥민 잔류시키려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번 계약서를 토트넘 입장에서 조목조목 뜯어봤다. 연장 옵션 활성화가 토트넘에 아주 큰 이익이 될 것이란 뜻이었다. 토트넘은 시간을 벌게 됐다. 1~2년 더 지켜보며 손흥민을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곳으로 내보낼지, 계속 남게 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새 시즌 활약이 중요하게 됐다.
매체는 "토트넘은 내년 여름 손흥민을 거액의 이적료로 판매할 선택지를 갖게 된다"며 "작년 여름 해리 케인을 판매한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토트넘은 지난해 8월 손흥민과 함께 리빙 레전드인 해리 케인을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 1500억원에 내다판 적이 있다. 매체는 그러면서도 "혹은 손흥민과 장기 계약을 맺어 그를 묶어둘 수도 있다.물론 토트넘의 큰 문제는 손흥민이 토트넘을 클럽 레벨에서 우승하기 적합한 구단이라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트넘이 마냥 갑은 아니다. 손흥민이 토트넘 잔류를 고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풋볼 인사이더'는 손흥민의 2년 재계약을 우위에 뒀다.
매체는 특히 에버턴 전임 회장으로 프리미어리그 사정에 밝은 키스 와이네스의 말을 빌어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임금 인상 조건이 포함된 2년짜리 새로운 계약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와이네스는 "토트넘에는 어려운 일"이라며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위해선 토트넘이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임을 시사한 뒤 "난 토트넘이 손흥민 주급을 인상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손흥민의 주급이 크게 인상될 것 같지는 않다. 손흥민의 가치를 평가하는 측면에서 보면 꽤나 부진한 시즌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흥민에게 1억 파운드(1750억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다만 와이네스 분석은 특별한 견해였고, 일반적으론 토트넘이 현 계약을 2026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한 뒤 내년(2025년) 여름 이적료를 받고 그를 다른 팀으로 보내는 가능성도 알아보는 방안, 혹은 손흥민의 연봉을 크게 올려주고 3년 재계약하는 방안 등이 보도로 나온 적이 있다.
손흥민을 아예 팔고 현금을 챙기거나, 그의 가치를 인정하고 후한 연봉을 줘서 붙잡는 것 등 극과 극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겠다는 것이다. 결국 1년 연장 옵션이 결정되면서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 시간을 갖고 미래를 논의하게 됐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 웹'은 이번 옵션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매체는 최근 "토트넘이 1년 연장 옵션을 실행한 배경은 손흥민과 새 계약을 논의하는 중간에 협상 위치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토트넘은 새 시즌 시작 전 손흥민과 3~4년 중장기 계약에 사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옵션 활성화 이후 수개월 내 손흥민이 토트넘과 3년 이상의 의미 있는 중장기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확인했다.
'풋볼 인사이더'도 "토트넘은 계약서에 첨부된 1년 계약 연장을 실행, 손흥민으로부터 큰 이적료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할 예정"이라며 "토트넘과 스코틀랜드 레인저스에서 뛰었던 수비수 앨런 허튼은 손흥민이 계약을 끝내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와이네스의 발언을 빌어 수정된 2년 재계약 관측을 내놓은 것이었다.
손흥민의 계약서 옵션 활성화는 사실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디 애슬레틱'이 지난달 초 내놓은 것과 같다. '디 애슬레틱'은 당시 "토트넘은 주장 손흥민과의 현 계약서를 2026년까지 연장하는 옵션을 발동하기로 했다"며 장기 계약이 아닌 1년 연장 옵션만 발동한다고 못 박았다.
사실 손흥민을 팔 수도 있다는 시각은 토트넘 입장에선 현실적인 안이기도 하다. 냉정하게 땨져보면 그렇다.
손흥민은 지난해 여름부터 제안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서 제안이 오더라도 갈 의향이 없음을 못 박았다. 과거 '알깡패'라는 별명이 붙었던 알 이티하드가 손흥민을 지속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흥민은 "대한민국 대표팀 캡틴은 사우디에 가지 않는다"는 어록까지 내놨다. 다만 손흥민이 거액의 연봉을 포기하는 것과 달리, 토트넘은 33살 손흥민을 사우디에 보내면 지금까지 손흥민에게 지불했던 이적료나 연봉을 상당한 양으로 회수하는 게 가능하다.
일단 손흥민과 토트넘이 미래를 두고 서로 주판알을 튕기고 있고, "손흥민을 사우디아라비아로 보내는 것에 토트넘이 혹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이와 별도로 손흥민이 토트넘을 바라보는 마음을 각별하다.
올해 입단 10년차를 맞이하면서도 아직 트로피가 없는 토트넘을 위해 헌신하고픈 게 손흥민의 진심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11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중국전이 끝난 뒤 계약 논란에 대해 "내게 온 게 없다. 불편하다"면서도 "토트넘에 뭔가 하나 남기고픈 마음이 있다"고 했다. 토트넘과 함께 역사를 이루고 싶고, 거기에 보탬이 되고 싶은 게 손흥민의 진심이다.
마침 토트넘은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 진출하는데 우승 후보로도 여겨지고 있어 과연 손흥민의 꿈이 이뤄질지 궁금하게 됐다. 유로파리그 등에서 우승하면 손흥민의 토트넘 '종신 계약'도 가까워지게 된다.
손흥민은 지난해 여름 새로 부임한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구단 최초 비유럽인 주장으로 뽑혔다. 그리고 리더십과 실력에서 토트넘 최고의 플레이어임을 입증했다. 손흥민은 그라운드 내에서 거의 감독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토트넘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선수들의 정신적인 모범이 됐다.
플레이 면에서도 최고였다. 2022-2023시즌 제기됐던 '손흥민 쇠퇴론'을 지웠다. 손흥민은 2023-2024시즌 17골과 10개의 도움을 기록해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3번째 '10-10'을 달성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을 포함해 6명만이 달성한 대기록이다.
순수하게 득점만 놓고 보면 리그 17골을 추가,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20골을 기록해 리버풀 레전드 스티븐 제라드와 함께 역대 득점 22위에 올랐다.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 10골을 간신히 채우며 기량이 쇠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했다.
근 손흥민의 관리를 보면 3~4년 계약을 하더라도 그 기간에 충분히 지금처럼 시즌 10골 이상은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나이가 있는 만큼 손흥민 역시 언제 기량이 급락할지 모르는 것도 현실이다. 토트넘 선택에 시선이 집중된다. 오히려 토트넘이 손흥민과 결별을 선언하면 손흥민이 갖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자기 관리 등에 매료된 유럽 다른 빅클럽이 손흥민에 손을 내밀 수도 있다. 굳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갈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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